
‘로테이션 소개팅’과 관련한 유튜브 영상 콘텐츠들. 유튜브 갈무리
최근 주류가 된 ‘인만추’(인위적 만남 추구)가 있다. ‘로테이션 소개팅’이다. 이 만남 방식에 대한 흔한 비유는 ‘회전 초밥’이다. 남녀가 적게는 4명씩에서 많게는 10명씩 한자리에 모여 일대일로 대화하는데, ‘로테이션’을 위해 보통 남자가 10분씩 자리를 이동한다. 기존의 만남 방식인 지인 소개팅이나 결혼정보회사(결정사) 혹은 데이팅 앱 다음으로, 어떻게 로테이션 소개팅이 부상하게 됐을까?
시대마다 만남의 방식은 달라졌다. 연구자 김주은의 논문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연애 담론과 양식’에 따르면 중매혼의 시기에는 ‘뚜쟁이’가 만남을 주도했다. 낭만적 연애가 확산하자 데이트를 위한 장소로 다방이나 맥줏집, ‘고고장’ 등이 생겨났다. 이후 자본주의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연애 상품’이 등장했는데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에는 ‘비디오 맞선’이나 컴퓨터를 이용한 결혼상담소가, 1990년대 중반부터는 결정사가 성행했으며 2010년에는 국내 첫 온라인 소개팅 브랜드가 론칭됐다.
다만 김주은 연구자는 2010년대에 부상한 ‘연애 상품’의 특징에 주목한다. 과거에는 소지품 교환 같은 주관적이고 우연성을 가진 매개체가 연인을 이었다. 그렇지만 연애 상품은 수치와 통계를 통해 합리적으로 연인을 찾는 시스템이다. ‘로테이션 소개팅’ 역시 합리적 연애 상품의 일종이다. 관련 업체들은 결정사의 고비용 부담, 기존 소개팅의 시간과 관계 피로를 줄일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한 누리꾼은 3만~5만원 정도의 서비스 가격에 대해 “치킨값에 소개팅 열 번”이라고 표현했다. 유사하게 부상하는 만남 상품인 ‘솔로 파티’도 50~100명 규모의 남녀를 모아두고 네트워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로테이션 소개팅’이나 ‘솔로 파티’의 후기를 보면 대체로 ‘허탈함’ ‘자존감 낮아짐’을 언급한다. 한꺼번에 10명을 만난다고 기존 소개팅의 10배 효과를 보지 않는다. 로테이션 소개팅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개선 방안을 제공한다는 연애 상담 업체도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러한 실패감 속에서도 로테이션 소개팅을 로테이션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왜일까? 별다른 대체재가 없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기존 소개팅과 데이팅 앱의 절충안처럼 보인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연애나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은 충분한 정도를 넘어 최선의 상대를 고르려 한다. 오히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는 자신과 상대방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따지지 못한, 리스크가 높은 만남이 되고 있다. 아무리 연애가 시장화·합리화된다 해도, 감정의 내용과 방향 전부를 통제할 수는 없다. 끌림 같은 ‘비합리적 열정’은 서로 대면한 상태에서만 온전히 교류할 수 있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합리적이면서도 비합리적인 만남을 추구하려는 모순적 연애·결혼 주체를 위해 탄생한 상품이다.
최근에는 놀이 같은 만남 모임도 생겼다. ‘경도 모임’(술래잡기 놀이인 ‘경찰과 도둑’을 위한 일회성 오프라인 모임), ‘감튀 모임’(감자튀김을 쌓아놓고 함께 먹는 일회성 오프라인 모임), 러닝크루 같은 각종 운동모임부터 ‘어드민 나이트’(admin night·각자 밀린 잡무를 처리하는 모임)까지. 이 만남은 데이트가 목적이기도 아니기도 하지만 모두 전통적 커뮤니티에 소속될 때 관계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연결감을 추구한다. 즉, 지금 사람들은 외롭지만 너무 연결되고 싶지 않고, 서로를 계산하지만 너무 계산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이 모순 사이를 계속 로테이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로테이션을 상품화해 배를 불리는 업체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이 궤도 밖에는 어떤 가능성이 있을까?
도우리 작가·‘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모두가 단일하게 매력적이기를 기대받고 또 기대하는 시대, 매력의 재발명을 고민하는 칼럼입니다.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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