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의 배달 차량. 연합뉴스
제주에서 쿠팡 퀵플렉서로 일하던 택배기사 ㄱ(33)씨가 2025년 11월10일 새벽 2시9분께 1t 트럭을 몰고 새벽배송 일을 하다 사고가 나 숨졌다. ㄱ씨는 사망 직전 일주일 동안 주 83.4시간을 일했다. 이는 2024년 과로사한 쿠팡 새벽배송 택배기사 정슬기씨의 주 평균 노동시간(약 73시간)보다 10시간 이상 긴 극단적 노동시간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에 따르면 ㄱ씨는 하루 평균 300개 이상(최대 354개)의 물품을 배송했는데, 이 또한 고 정슬기씨의 하루 평균 물량(237개)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ㄱ씨가 이처럼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일한 데는 플랫폼 기업 특유의 고용 시스템이 자리한다. 쿠팡 퀵플렉서는 쿠팡 자회사가 개인과 계약을 맺는 형식인데, 이들은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노동법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물량과 노동시간을 강요받게 되는 이유다. 숨진 ㄱ씨 휴대전화의 쿠팡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ㄱ씨는 출근 평점 점수에서 5점 만점 중 4.94점을 기록했다. ㄱ씨는 강도 높은 업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높은 점수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갈아넣는 노동을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ㄱ씨가 사고를 당한 날은 아버지 장례를 마치고 딱 하루만 쉬고 근무에 복귀한 날이었다.
최근 3년간 쿠팡에서 산업재해 승인이 인정된 건수만 7640건이다. 배달노동자들의 산재 비율은 이미 건설 현장의 산재 승인율을 넘어섰다. 이번 사건 역시 한 개인의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라 ‘로켓배송’ ‘새벽배송’이란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편의의 이면에 노동자가 희생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기업은 이런 노동자들을 특수고용 형태로 고용해 법적 책임과 4대보험 의무를 회피하면서 초장시간 노동을 유도한다. 이에 택배기사들은 가장 취약한 노동자가 되어 제도적 보호망 바깥에서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야간노동을 2군 발암물질로 규정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야간노동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도록 할 뿐이다. 야간노동이 건강에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정 노동자들이 야간노동으로 내몰리는 구조적 요인이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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