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뉴스타파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에 대해 가족과 지인을 동원해 방심위에 집중 민원을 넣게 한 의혹이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공익신고된 건 2023년 12월이었다. 류 위원장은 심의에도 직접 참여해 방송사들에 무더기로 과징금을 물렸다. 이 사건은 ‘민원 사주’ 또는 ‘셀프 민원’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익명의 신고자 세 명이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신원을 드러낸 건 그러고도 9개월이 지난 2024년 9월25일이다.
권익위는 7개월 넘게 시간을 끌다 2024년 7월8일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방심위로 사건을 돌려보낸 터였다. 류 위원장이 관련 의혹에 대해 “모른다”고 하니 방심위가 ‘셀프 조사’하라는 취지였다. 방심위 사무처가 “위원장님 형제분으로 추정되는 류○○씨가 민원을 접수했다”고 보고했던 사실은 외면했다. 그렇게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드러낸 권익위의 관심사는 정작 신고자들을 향했다. 민원인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가 끝난 류 위원장을 다시 방심위원에 위촉했고, 여권 추천 위원들끼리 모여 위원장으로 호선했다(7월23일). 방심위는 조사 기한(9월21일) 전날 권익위에 기한 없는 연장을 통보했다. 권익위가 제동을 걸 의지가 있다면 사건을 돌려보내지도 않았을 터다. 그사이 경찰은 신고자들을 특정해 두 차례 압수수색을 했다. 사건을 덮는 데 그치지 않고 정보 유출 사건으로 뒤집겠다는 권력의 선명한 의지 앞에서 내부 고발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공개투쟁’ 말고 뭐가 있을까.
저런 기관들이 방송 심의를 하고, 내부 고발자 보호 업무를 하고 있다. 초현실적인 풍경이다. 다만 권력의 방송 장악을 위한 화첩 속의 작은 삽화 한 장일 뿐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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