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글라렛선교수도회 소속 이문수 신부는 ‘3천원 김치찌개’ 밥집 사장이다. ‘청년밥상문간’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이기도 하다. 2017년 12월 서울 성북구 정릉점을 처음 열었다. 2015년 여름 대학로 고시원에서 한 청년이 생활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보고, 배고픈 청년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지난 7년 동안 청년밥상문간은 네 곳(이대, 낙성대, 제주, 대학로 슬로우)이 더 늘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고, 공깃밥은 무한리필할 수 있다.
2020년부터는 청년들에게 밥만큼 혹은 밥보다 중요한 경험의 기회를 주는 활동도 이어왔다. ‘청년희망로드’ 프로젝트로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도 올레길 걷기를 하고,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영화 제작 비용과 멘토를 지원하는 ‘2030 청년영화제’도 열어왔다. 네 번째 영화제가 2024년 11월27~30일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린다. 이문수 신부를 2024년 11월4일 대학로 청년밥상문간 슬로우점에서 만나 근황을 물었다.
—8년차를 맞은 청년밥상문간의 운영 현황은 어떻습니까.
“매장마다 하루 평균 150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어요. 연내에 경기도 안산점이 새로 문을 열 예정입니다. 임대계약 만기를 앞둔 제주점은 조만간 문을 닫지만, 전체 매장 운영이 안정되면 다시 열 생각입니다. 현재 대학로 슬로우점은 경계선 지능 청년 10명이 돌아가면서 일하고 있어요. 이들을 위해 손님 테이블과 주방에 전기 인덕션을 설치하고 전기 증설 공사도 했죠. 앞으로 모든 매장을 슬로우점처럼 운영할 계획입니다. 재원이 마련되는 곳부터 시설을 개선하고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경계선 지능인 직무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에요.”
—고물가 시대에 3천원 김치찌개를 파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어요. 매장마다 차이가 있지만, 월평균 500만~600만원의 적자가 납니다. 정기 후원과 물품 기부 덕분에 이어올 수 있었죠. 다행히 입소문과 방송 출연(2021년 4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후원자가 2200여 명에 이르렀어요. 기업들의 김치, 라면 사리 기부도 있습니다. 하지만 후원과 기부는 변수가 많아서 수익사업도 조금씩 시작하려 합니다. 슬로우점 1층에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듯 안산점에는 공간 대여사업을 곁들일 계획이에요.”
—밥집 운영도 힘든데, 청년 프로그램을 여럿 운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여러 청년을 만나면서 깨달았습니다. 실패와 좌절의 상황에서 청년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는 게 중요하다는 걸요.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경험을 쌓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배고픈 청춘이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듯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어요.”
—청년영화제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밥집을 준비할 때 만난 청년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곳도, 할 곳도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청년들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표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죠. 영화를 만들어본 적 없는 청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10분짜리 영화 제작 비용과 멘토링을 지원하고, 만든 영화를 정식 영화관에서 상영합니다. 3회째부터는 시나리오와 다큐멘터리 제작도 지원하고 있어요. 2024년에는 처음으로 경쟁섹션과 인공지능(AI)섹션을 추가했습니다. 사전제작 지원 9편과 599편이 응모한 경쟁섹션 선정작 11편 등 모두 51편을 상영할 예정입니다. 내용은 인간관계 갈등, 진로 고민 같은 일상적인 것부터 기후위기 같은 사회적인 주제까지 다양해요.”
—한겨레21 등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청년이 원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청년들이 먼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청년들이 무관심하니 기성세대가 마음대로 바꿔놓고 있어요. 비난하기 전에 관심 갖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청년들은 주로 커뮤니티에서 제한적인 뉴스만 접하는데, 한겨레21 등 언론들이 청년들에게 닿을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운영해주면 좋겠습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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