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6월25일 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이 참전용사 간담회에서 태극기 게양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6년 2월까지 110억원을 들여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쟁 발발 74년이 되는 2024년 6월25일, 참전 군인 7명을 부른 자리였다.
높이 100m라면 국내 태극기 게양대 가운데 가장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현재 1위인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의 게양대 높이가 99.8m다. 한강 반대편에서 건너다봐도 초현실적인 위압감이 느껴지는 경기 구리시 아차산 태극기공원의 게양대는 고작(!) 75m다. 태극기 크기도 광화문광장(21×14m)이 아차산(18×12m)을 압도한다.
오 시장이 높이와 크기에만 매달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광화문광장이 대한민국의 고유한 정체성과 상징성을 고스란히 담은 (…) 국격을 대표하는 국가상징공간으로 거듭난다”고 듣기 벅찬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 워싱턴디시(DC)의 ‘워싱턴 모뉴먼트’, 프랑스 파리의 ‘에투알 개선문’, 아일랜드 더블린의 ‘더블린 스파이어’를 동급으로 매겼다.
반응은 오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듯하다. 발표 이튿날 서울시 정책 제안 누리집 ‘상상대로 서울’에는 “광화문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에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시장이 아니라 평양시장인 줄 알았다”며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싶으면 뉴욕시장, 도쿄도지사를 벤치마킹해야지”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도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상시 게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서울시 시민위원회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해 무산된 적이 있다. 다만, 오 시장은 박근혜 정부와 달리 2023년 3월 아일랜드 방문 때 봤던 더블린 스파이어를 특히 벤치마킹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때 들렀던 영국 런던에서는 템스강 ‘우버보트’를 보고 한강 ‘리버버스’를 구상했다. 둘 다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우연은 아닐 것이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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