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청년’ 최서현(가명·29). 그는 소멸하는 지역의 희망으로 꼽히던 사람이었다.
대구광역시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16년 말 인구 5만 명 남짓한 경북 의성군으로 귀농했다. 그가 귀농하던 시기, 의성군은 지역소멸위험(2014~2019년)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보도됐다. 농업고등학교와 농업대학을 나온 그는 친환경으로 자두·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의성에서 귀농의 꿈을 일궜다. 그의 삶은 방송과 토론회에 소개됐다. 최서현은 2021년 안동 문화방송(MBC) 프로그램 <전국시대>에 출연해 “동물을 자유롭게 키울 수 있는 환경에 산다는 게 행복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비극적 사건에 휘말렸다. 2024년 2월7일, 최서현은 의성군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유서에는 자신을 괴롭게 한 이에 대한 원망과 농촌에서의 삶이 안긴 부조리가 적혀 있다.
자두청년이 겪은 농촌에서의 삶은 어디서부터 그늘진 것일까. 그의 아픔은 단순히 한 개인이 겪은 일이 아니다. 농촌으로 이주하는 청년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와 이어진다. 이제껏 미디어에서는 청년의 ‘귀농 라이프’를 주로 장밋빛으로 그려왔다. 삭막한 도시를 떠나면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처럼 말한다. 해마다 20만 명 안팎의 청년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오는 ‘힐링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며 귀농·귀촌을 택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상황이 지역소멸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귀농·귀촌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는 까닭이다. 각 지자체는 앞다퉈 관내에 자리잡은 귀농 청년의 삶을 정책 성과로 홍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귀농·귀촌 정책은 지역 인구를 늘리려는 성과주의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단순한 인구 증가 성과보다 청년이 정착한 이후의 삶을 깊게 들여다보는 세심한 행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농어촌으로 이주한 청년들은 시골 생활의 환상이 깨졌다고 말한다. “저는 이제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싫어해요.” 농촌으로 이주한 지 3년이 넘은 한 청년이 남긴 말이다. <한겨레21>이 만난 청년들은 농촌에서의 삶이 도시 못지않은 ‘정글’이 돼간다고 여겼다. 농촌으로 간 청년이 마주한 정글은 어떤 모습이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깊이 들여다봤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7년 만에 ‘희망’은 왜 ‘유서’를 써야 했는가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305.html
‘귀농귀촌센터장’ 컨설팅 따랐더니… 수억대 빚더미 올랐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308.html
농촌으로 일단 오세요,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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