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36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총 28기를 점진적으로 폐쇄하는데, 특히 주목해야 할 곳이 충남이다. 이곳엔 전국 석탄발전소 58기 가운데 29기가 몰려 있고, 2025년부터 태안 1∼6호기, 당진 1∼6호기, 보령 5·6호기가 순차적으로 폐쇄된다.
충남에 있는 발전소 노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겨레21>은 2023년 4월 기후정의파업 기사에서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송상표(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장)씨의 이야기를 실었다. 그는 당시 “우리 일자리만 생각하며 폐쇄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일터가 폐쇄된다고 해서 우리 삶까지 무너질 순 없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했다. 1년가량 지난 지금 고용 대책은 마련됐는지 다시 연락했다.
—국회에서 이 문제를 놓고 토론회도 열리고 보고서도 나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지역소멸이 가속화할 거란 예측이 나왔다.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대안이 나온 게 있나.
“전혀 없다. 각자도생이다. 엘엔지(LNG)발전소로 전환하면서 일자리가 생겨도 정규직들이 주로 전환배치 될 거고, 경상정비 업무 일자리는 50% 정도, 석탄 취급 업무를 하던 사람은 90% 이상 줄어든다고 보면 된다. 일자리가 없어질 게 빤히 보이는데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는 대화를 나누지 않고 있다. 정규직 노조, 발전소 쪽과는 도지사가 만났다. 그런데 제일 피해를 보는 사람이 비정규직 노동자 아닌가? 정작 우리는 만날 수 없으니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언제부터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근무했나.
“20년 됐다. 원래 고향은 경남 함안인데 20년 전 태안 와서 애들이 고등학생·대학생 되도록 다 키웠다. 나한텐 이제 태안이 제2의 고향이다. 그런데 나라고, 아이들이라고 친구들 다 있는 고향을 떠나고 싶겠나? 우리 직장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민도 문제다. 발전노동자가 떠나면 장사가 안 될 거고, 사람들이 또 떠날 거고, 집값은 더 떨어질 거고, 그럼 인구가 줄어 학교 일이나 돌봄 일을 하는 분들도 일자리가 없어질 거다. 발전소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나.
“독일에선 한 지역 탄광 산업이 문을 닫게 되면서 해당 지역에 5조2천억원을 투입해 5년간 재정적으로 보조해준 사례도 있다. 화력발전소 노동자도 독일 사례처럼 안정적으로 일자리 전환을 할 수 있게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때 현장을 아는 노동자들이 함께 논의해서 지원책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고용불안·지역경제를 위해 ‘정의로운 전환기금’ 100억원이 조성된다는 뉴스도 있던데.
“정의로운 전환기금 100억원이 조성됐는데 충남에 있는 4개 시·군(태안, 당진, 보령, 서천)이 나누니 25억원씩이다. 그런데 이 기금도 용도에 맞게 쓰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지방자치단체 활동을 선전하는 엘이디(LED) 표지판 교체에 비용을 쓰겠다고 해 반대한 일이 있다. 지자체가 원래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을 그런 식으로 쓰면 정작 노동자와 지역경제를 위해선 기금이 사용될 수 없다.”
—최근 국회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논의했던데.
“김태흠 도지사도 지원법을 계속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그건 ‘돈’ 중심 법안이다. 물론 그 돈으로 ‘교육도 하고 지원도 한다’ 이런 계획이 있을 거다. 그런데 그런 접근 방식과 ‘정의로운 전환’은 다르다. 이해 당사자인 노동자가 참여하게 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정의로운 전환’의 개념이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발전소 노동자가 자기 이익만 생각했다면 폐쇄에 반대했을 거다. 그러나 노동자 대부분 폐쇄에 동의한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 건 지역 몰락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달라. 이 점을 언론이 널리 이야기해달라.”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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