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전 서원대 교수.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그는 오랫동안 보수 정치에 몸담으며 장관급까지 지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홀연 윤석열 캠프를 떠난 것은 역설적이게도 윤석열 후보에게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향기를 맡으며 어른거리던 ‘탄핵’의 그림자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두 번째 공익제보자가 되어 명태균씨가 허풍처럼, 허언처럼 말하던 ‘대통령 탄핵’ 정국을 현실의 감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 이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제보했던 ‘대선 비밀 사무실’ ‘명태균 보고서 캠프 활용’ ‘캠프 인사들 비밀 단톡방’은 모두 윤석열 정부의 밑동을 흔들 만한 사안들이었다.
—윤석열 캠프에서 나올 때, 이렇게 하다가는 또 탄핵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들었다. 2024년 12월4일 야 6당이 공동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 제일 싫었던 것이 선택적 정의와 공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자기가 하는 거는 다 옳다, 선이다, 깨끗하다, 참이다, 이런 의식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 12월3일 대국민 담화에서 그대로 드러났지만, 윤 대통령에게 남이 하는 것은 다 거짓이고 왜곡된 거다.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자기 잘못에 대한 인정이라든지 반성이라는 것이 없다.”
—왜 그렇게 됐을까.
“주변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에 승률이 얼마나 될까. 100%였다. 특수부 검사들은 수사에서 기소하는 순간 공판에 가서 재판을 이기든 지든 이미 본인들이 할 일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무조건 자기는 이기는 사람이고, 그 오만함이 끝이 없다. 완전무결한 나와 늘 지는 다른 사람들의 세계에 산다.”
—그럼에도 비상계엄 선언은 납득이 안 간다.
“한마디로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 겁박이다. 비상계엄을 선언한 결정적인 건 딱 하나라고 본다. 윤석열 부부가 감당할 수 없는 뭔가가 수사에서 터진 것이다. 비상계엄을 선언하기 전에 누굴 조사했는지, 거기서 뭐가 나왔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직전에 명태균씨가 특검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그건 자기가 갖고 있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자폭수를 쓰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외에는 해석이 안 된다.”
—윤 대통령이야 그렇게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주변에 국무위원들이 있지 않나.
“대선 캠프 시절에 이런 일이 있었다. 대선을 한 달쯤 앞두고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정치보복’이란 단어를 썼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이건 직언해야 한다, 결의한 뒤 회의에서 ‘이걸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직언하기로 약속한 다른 이들은 아무도 직언을 하지 않는 거다. 윤이 그런 분위기를 만든다. 지금 국무회의도 똑같았을 거라고 본다. 반대한 국무위원들이 있다고 하는데, 과연 목숨 걸고 반대한 사람이 있을까. 없었을 거라고 본다.”
—비상계엄 해제 하루 만에 국무총리, 여당 대표, 여당 중진들이 대책을 논의하러 대통령실에 모였는데, 해법이 나올까.
“뻔히 예상된다. 사견이지만, 그래도 보수 인사들을 잘 아는 입장에서 아마도 ‘탄핵안 부결, 임기 단축 개헌’으로 시간을 벌자고 할 것이다. 일단 한 고비는 넘자, 협상을 하자 이렇게 바람을 잡을 것이다.”
—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광경을 온 국민이 봤는데 그게 먹힐까. 무엇보다 한동훈 대표가 비상계엄은 위헌, 위법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자기가 대통령 못 된다는 생각이 아주 뿌리 깊다. 탄핵은 못한다고 본다.”
—탄핵 불발 이후 임기 개헌 단축 협상 국면으로 가면 교착 국면이 또 길어질 텐데.
“내란죄로 체포해야 한다고 본다. 친위 쿠데타를 모의하고 지시한 내란 현행범이고, 이건 현직도 소추 가능한 범죄가 아닌가.”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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