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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기업 잡으러 일본까지 다녀왔죠

등록 2024-11-29 20:15 수정 2024-12-04 08:07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오른쪽)이 2024년 11월27일 일본 오사카에서 손팻말 선전전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최현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오른쪽)이 2024년 11월27일 일본 오사카에서 손팻말 선전전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제공


노동자의 싸움은 끝이 없다. 해고 투쟁의 범위를 경북 구미에서 일본 오사카로, 도쿄로 넓혔다. 자신을 두고 떠난 회사를 본사 앞까지 쫓아가 따져 묻는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얘기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닛토덴코그룹의 한국 자회사다. 경북 구미 공장에서 엘지(LG)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편광판 엘시디(LCD) 필름을 만들었다. 2022년 10월 공장에 불이 났다. 닛토덴코는 기존에 만들던 물량을 경기 평택 공장(한국니토옵티칼)으로 옮기면서 직원은 다 내보냈다. 임직원 193명이 희망퇴직했다. 부당함을 느낀 직원 17명이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현재 7명이 남았다.

긴 싸움이 이어졌다. 300일 넘는 옥상 고공농성에 전국 시민들의 희망버스 응원까지. 이번엔 본사 항의 방문이다. 지회는 11월12일부터 3주간 오사카와 도쿄에서 연일 항의 선전전을 벌였다. 일본 국회의원의 지지 발언을 이끌어냈고 일본 정부 역할도 촉구했다. 노동자들이 이렇게 싸울 줄 회사는 알았을까. 최현환 지회장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간략히 들려달라.

“9월13일 현지 노동단체인 ‘오사카유니온네트워크’에 한국옵티칼노동조합으로 가입했다. 일본 노동법하에서 다시 단체교섭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닛토덴코 본사에 두 차례나 단체교섭 요구서를 보냈는데 11월 말까지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11월26일 오사카부노동위원회에 단체교섭 거부로 제소했다. 그리고 영업 사무소가 있는 도쿄에서도 일본 시민 모임과 함께 항의선전전을 했다.”

—닛토덴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어겼다는 진정을 냈다고 들었다.

“가이드라인에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할 때 노조 등에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협상하라’는 조항이 있는데 닛토덴코는 대화를 일체 거부했다. 10월2일 한국 연락사무소(NCP)에 먼저 넣었고 11월26일 일본 정부부처 담당자 면담 후 일본에도 재차 진정을 넣었다.”

—일본 사회에서 반응이 좀 있었나.

“오쓰바키 유코 일본 참의원(사회민주당)이 진정 기자회견을 주관했다. ‘회사가 노조를 싫어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 정치인으로서 이런 기업이 있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발언도 했다.”

—2년간 포기하지 않고 싸운 동력이 뭔가.

“그동안 수많은 외투 기업이 이른바 ‘먹튀’(고용유지 노력 없이 기업 철수)를 하면 남은 직원의 고용을 책임질 공장이 없었다. 그런데 닛토덴코는 구미 공장 물량을 가져간 평택 공장이 있고 심지어 30명을 신규 채용까지 했다. 그런데도 고작 7명의 고용승계가 어렵냐는 거다. 회사는 희망퇴직부터 내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고용승계안을 같이 논의했어야 한다.”

—‘다른 일 찾으면 되지 않냐’고 손쉽게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건 생계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와 나의 신뢰 문제다. 10년 넘게 헌신적으로 일한 노동자를 완전히 매도하고 불법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 일자리 찾으려면 벌써 갔다. 그런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 평택 공장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있다. 닛토덴코는 한국 기업이 필요 없으면 거기도 문 닫고 갈 거다. 우리랑 상황이 똑같다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단결된 자기 목소리를 내야지만 자본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다.”

—지회만이 아니라 외국 자본에 고용된 노동자 모두를 대신해 싸운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다. 한국의 많은 노동자가 외투 자본 먹튀로 순식간에 생계를 잃었다. 우리는 그 반복되는 역사의 현재와 미래 사이에 있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한마디 한다면.

“옵티칼 투쟁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닛토덴코 본사가 일본 오사카에 있는데 특파원들께서도 (기사를) 많이 내주시면 좋겠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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