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천구의 한 은행 출입구에서 휠체어를 탄 여성이 가파르게 설치된 경사로 앞에 있다. 한겨레 자료
서울 동작구의 한 편의점 앞 거리에 수동휠체어를 탄 여성이 덩그러니 있었다. 여성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이내 지겨워진 표정을 지었다. 곧 편의점에서 누군가 나왔고, 두 사람이 밝게 웃었다. 그가 휠체어를 밀자 둘은 함께 멀리 사라졌다.
이 짧은 장면은 무엇을 의미할까. ‘2023년 장애인 인권 걸림돌·디딤돌 판결’로 선정된 내용을 본 뒤 이 장면을 다시 생각하면, 여러 질문이 생길 것이다. 왜 이 여성은 함께 편의점에 들어갈 수 없었을까? 왜 시중에 전동휠체어도 많은데 수동휠체어를 탔을까? 그의 휠체어를 밀어준 사람은 활동지원사였을까, 가족이었을까? 거주하는 곳은 어디일까? 직업이 있을까? 직업이 있다면 어떻게 취업했을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매년 장애 관련 판결들을 모니터링해, 장애인의 실질적 권리구제가 얼마큼 진보하고 후퇴했는지, 우리 사회에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파악해왔다. 2023년에도 장애인 인권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위원회는 2022년 12월까지 한 해 동안 선고된 장애 관련 판결 5천여 건을 검토해, 걸림돌 판결·디딤돌 판결·주목할 판결을 선정했다.
위원회가 선정한 판결문들에는 장애인의 삶이 들어 있다. 동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수 없고,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는 게 불가능했다. 청각장애인에게 병원은 ‘전화 예약만 된다’고 했고, 취업 면접 때 ‘입 모양을 봐야 이해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이니 투명마스크를 써달라’고 부탁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현실의 여러 벽 앞에 부딪힌 장애인은 고민 끝에 법을 통한 권리구제에 나서지만 좌절을 경험할 때가 많다. 법원의 도움을 받더라도 쉽게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 절망하기도 한다. 노태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한 편의 판결문은 그저 종이 몇 장이지만 그 속에는 한 사람의 삶이 있으며, 흩어져 있는 판결들을 따라가다보면 장애인 인권의 현주소가 보인다”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27년 장애인 시설에 살다 나와…전동휠체어 ‘쟁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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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18개월 징역인데 11년 가뒀다…이게 위법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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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편의점 문턱 낮췄으나…“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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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시설을 노인보호센터로 바꾸면서 ‘탈시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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