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26일 경기도 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경기도 국제공항 유치 및 건설 촉진 조례안’을 의결했다. 이 조례의 목적은 ‘경기도에 국제공항을 유치하고 건설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경기국제공항은 김동연 경기지사의 지방선거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등 수도권 공항의 포화 상태 대비와 경기 남부권에 반도체 허브 조성이 주요 이유다.
경기국제공항 사업이 국토교통부가 받아들여 추진된다면 현재 국내에서 건설이 추진되는 여덟 번째 공항이 된다. 현재 건설이 추진 중인 공항은 가덕도 신공항, 제주 제2공항, 새만금 국제공항,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울릉공항, 백령공항, 흑산공항 등 7개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 중인 민간 공항, 또는 민·군 겸용 공항은 모두 15개인데, 이 8개 공항이 모두 만들어진다면 한국의 민간 공항은 20개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현재 건설이 추진 중인 7개 공항 가운데 가덕도, 제주2, 새만금, 흑산 등 4개 공항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들 공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별법 제정이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국립공원 제외 등 무리수를 뒀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운영 중인 15개 공항 중 10개 안팎의 공항이 매년 적자를 내고 있어 또 다른 적자 공항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가장 큰 우려를 일으키는 공항은 가덕도 신공항이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3월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기본계획을 중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공사 기간을 27개월 당겨 2030년 부산 엑스포 전인 2029년 12월까지 가덕도 신공항을 개항하겠다고 밝혔다.
건설 공법은 매립식으로 하고 공항 배치는 활주로를 주로 바다에, 터미널은 가덕도 남부 외양포 쪽에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9년 부산·울산·경남은 가덕도의 남부 목 부분에 걸쳐서 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2022년 국토부의 사전타당성(사타) 조사에선 공항 전체를 가덕도의 남서쪽 바다에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4월8~28일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공람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첫째는 2022년 11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공고한 뒤 단 다섯 달 만에 초안이 나왔다는 점이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 김현욱 집행위원은 “공고 기간과 초안 작성 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환경영향평가 기간은 석 달 정도에 불과하다. 13조8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생태가 우수한 산과 바다를 훼손하는 대규모 공항 사업에 대한 조사 기간으로는 너무 짧다”고 말했다.
둘째는 공항 배치 계획이 갑자기 변경돼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는 점이다. 2022년 4월 사전타당성 조사에선 전체 공항을 바다 위에 건설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이 공개되기 한 달 전인 2023년 3월 갑자기 가덕도 남쪽과 바다에 걸치는 것으로 바뀌었다.
셋째는 환경영향평가법 제11조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기 전에 조건이 다른 여러 ‘대안’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2022년 11월 공고한 내용에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국토부가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2023년 6월16일 전략환경영향평가의 무효 확인과 취소를 위한 행정 심판을 청구했다.
이미 가덕도 신공항은 무리수가 많았다. 애초 2016년 박근혜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의 입지로 김해를 선정했고, 김해 신공항은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거쳐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2019년 문재인 정부는 갑자기 검증위원회를 설치해 김해 신공항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결정했다. 그러자 국회에선 2020년 특별법을 만들어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2021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된 특별법도 문제점이 많다. 이 특별법은 입지 선정 절차 면제, 예타 면제, 재정 지원, 부담금 감면, 민간 개발업자 지원 등 온갖 특혜를 담고 있다. 이와 함께 14조~21조원에 이르는 과대한 사업비, 과대하게 예상된 수요와 경제 효과, 과대한 절토와 매립, 산과 바다 생태의 심각한 훼손 등 문제점도 안고 있다.
제주 제2공항은 2023년 3월 4년 만에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과하고 현재 제주도의 의견을 듣는 절차에 있다. 그러나 경제성에선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는 제주2공항은 제주도의 수용력 초과, 자연 생태 파괴를 우려한 도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2023년 6월2~3일 한국방송(KBS)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맡겨 제주2공항 건설의 찬반을 물어보니, 주민의 50.9%가 반대, 43.7%가 찬성했다. 지역 민방 제이아이비에스(JIBS)가 5월24~2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반대가 49.2%로 찬성(43.1%)보다 더 많았다. 찬반의 격차는 모두 오차 범위 밖이었다.
이런 결과는 2년 전인 2021년 2월 제주도와 제주도 의회가 도민 의견을 확인하기 위해 공식 실시한 두 번의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의 조사에서는 반대가 51.1%, 찬성이 43.8%로 격차가 오차 범위 밖이었다. 갤럽의 조사에선 반대가 47%, 찬성이 44.1%였다.
그러나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찬성이 많이 나온 성산읍 주민들의 의견을 강조하며 제2공항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혀 이 사업을 살려놓았다. 문제는 현재 공항 건설 업무를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이 원 전 지사라는 점이다. 도지사 시절에도 주민 다수 의견을 따르지 않았던 원 장관이 이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처장은 “현재 다수 도민과 환경단체들은 제2공항 건설이 중대한 문제이니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주민투표는 도지사가 국토부 장관에게 요구하면 된다. 2021년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따르지 않았으니 이번엔 반드시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사업’으로 선정돼 예타 조사를 면제받은 새만금 국제공항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22년 6월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2023년 4월 기본설계에 들어갔다. 이에 새만금공항백지화공동행동은 세종시 환경부, 국토부 출입구 앞에서 500일 넘게 농성 중이다.
새만금 공항의 사업지인 수라갯벌은 만경강 유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갯벌로 50여 종의 법정 보호종을 포함한 수백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 여기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며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황새, 흰꼬리수리가 포함돼 있다. 전북녹색연합의 김지은 사무국장은 “수라갯벌은 새만금 사업지에서 대체 서식지 노릇을 하고 있다. 이곳에 공항을 짓는 것은 생태 학살이다. 새만금 사업으로 이미 이 일대 어류의 85%, 조류의 86%, 도요물떼새의 97%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새만금 공항은 2019년 사타 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0.479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이 1 이상 나와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새만금 공항에서 1㎞ 떨어진 군산공항(민·군 겸용 공항)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사실 새만금 사업 자체가 경제성이 없어 1991년부터 30년 넘게 골칫거리다. 심지어 항공 교통의 경쟁자인 고속철도 익산역이 공항 예정지에서 40㎞ 정도 떨어져 있고, 자동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인 흑산도는 흑산공항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외하면서까지 공항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23년 1월31일 국립공원위원회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 일원 0.675㎢ 구역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제외했다. 국토부는 2011년부터 흑산공항 건설을 추진했으나, 국립공원위가 결정을 보류했다. 현재 국토부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쳐 2023년 말 착공해 2027년 완공할 계획이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정인철 사무국장은 “국토부는 주민의 교통 편의와 응급 수송 목적을 강조한다. 그러나 주민 이동의 70%를 차지하는 목포권으로는 항공기가 다니지 않는다. 또 응급 수송 목적이면 여객기가 아니라 응급 헬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 사업은 관광객을 위한 것이고 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국토부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울릉공항, 백령공항도 추진 중이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2023년 4월13일 국회를 통과해 4월25일 공포됐다. 부·울·경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따라 영남권 신공항이 무산되면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도 예타 면제 등을 포함한 특별법 방식으로 추진됐다. 울릉공항은 2013년부터 예타 조사, 계획, 설계,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쳐 2020년 착공했고, 2025년 완공된다. 백령공항은 2017년 사타 검토, 2022년 예타 조사를 마치고 2023년 5월부터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공항은 이미 15개로 포화 상태이고 경제성이나 기후위기 측면에서 추가 건설은 말이 안 된다. 탄소 중립을 말하면서 토건 정책을 지속한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크다. 토건 세력과 함께하는 윤석열 정부에선 각 지역 시민들이 잘못된 공항 건설을 직접 막아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이상일 공항정책관은 “과거 항공 산업은 항공료가 비싼 대형 항공사, 대형 공항 위주였다. 저비용항공사가 나오면서 항공 산업이 대중화했다. 앞으로는 소형 항공기 위주의 도시항공이동(UAM) 시대로 갈 것이다. 이런 시대엔 더 많은 공항이 필요할 수 있다. 물론 기후위기 시대이니 지속가능항공유(SAF)나 친환경항공기 개발 등으로 탄소 중립 노력도 해나가야 한다. 항공 편익과 환경은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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