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시작된 건 대략 일주일 전이다. 2023년 6월15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보고를 받던 윤석열 대통령이 과도하게 어려운 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을 화두에 올렸다. 수능 비문학 문제 등을 가리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거나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카르텔이냐” 등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당정은 빠르게 반응했다. 6월19일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밝히고 6월21일 사교육 기관 일제 점검 대책을 냈다. 이주호 장관은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올해 수능부터 킬러문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6일에도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득점자를 변별할 목적으로 출제되는 일명 ‘킬러문항’은 학생 수학능력 평가라는 본질에서 멀어지고 고가의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 킬러문항 배제에 동의하는 이유다. 그러나 학교 서열화와 줄 세우기 경쟁이라는 근본 원인을 그대로 두고 킬러문항만 배제한들 큰 효과가 없을 거란 우려도 있다. 교육부는 최근 선행학습 경쟁의 원인이 되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결정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들 고교가 과열 경쟁을 낳는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방향성이 어떻든 시기가 안 좋다.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변화가 예고돼 학생 혼란이 크다. 대통령실은 ‘3월부터 지시했는데 교육부가 불응했다’는 입장이다. 이 일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물러났고 교육부의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됐다.
“사교육은 경쟁의 산물이라 단순히 수능 난이도를 낮춘다고 줄어들지 않는다. 정부가 할 일은 (출제 방향 개입이 아닌) 경쟁체제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다.” ‘수능 창시자’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가 <경향신문>과 6월20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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