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할머니와 아빠, 그리고 아이 셋이 갔다가, 할머니와 아빠는 먼저 신원이 확인됐고 아이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고 있는 유족입니다. 아이다 보니 (지문으로 신원확인이 되지 않아 디엔에이(DNA) 확인이 필요한) 32명 안에 있었는데 (…) 오늘 새벽 최종 5명이 미확인 상태라고 안내를 받았지만, 저희 아이는 (양쪽) 명단 안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냥 ‘누락됐습니다’라고 말하기엔 저희는 이 (아이 이름) ‘한 줄’만을 기다리는 유족입니다.”
2024년 12월31일 오전 10시께,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한 여성 유가족 ㄱ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고 울먹였다. 제주항공 참사 3일째, 국토교통부와 경찰 등이 이날 연 첫 브리핑 자리에서였다.
발단은 이날 아침 8시30분께였다. 유가족 지원상담 데스크가 유가족들에게 ‘디엔에이 신원확인이 필요한 사망자 32명 가운데 다수의 디엔에이가 확인되면서 이제 미확인 사망자는 5명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주항공·국토교통부·경찰·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다양한 기관이 함께 만든 이 명단에 ㄱ씨가 말한 아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ㄱ씨와 옆에 있던 유가족들은 “내 아이가 명단에 없다고 생각해봐달라. 우리 아이가 자료 자체에서 안 보였을 때 비통함… 빨리 해달란 게 아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지금 관련 부서가 많아 소통에 어려움이 있단 건 이해한다”면서도 “저희는 장관님이나 대표님이나 부장님께 직접 물어볼 기회조차 없지 않나. 항상 기다리고 있는데 최신 자료가 업데이트도록 관리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현장에서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경찰 등과 소통해 아이 이름을 확인하고 상황이 일단락됐지만, 유가족은 명단 오류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힘들어 보였다.
이날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도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그는 “사죄의 마음으로 섰지만 무슨 말씀을 드리겠나. 죄송하다”며 “뭐라고 말씀드려도 믿음이 가지 않을 것이다. 왜 모르겠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가족이 장례절차와 관련해 시신 안치와 납골당 관련 문제를 질문하면서 “납골당 1년 보장, 5년 보장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평생 보장으로 합의하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5년 이런 부분은 회사 의도와 관련이 없고 디테일을 몰라서 어디까지 약속되는지 말씀드리기에 애로사항이 있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 179명 가운데 4명의 시신은 유가족에게 인도가 완료된 뒤 각자의 연고지에서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신 검시와 검안, 디엔에이 대조로 신원 확인까지 다 끝난 분이 28명 계신다”며 “이분들에 대해서는 유가족이 인도에 동의하면 오늘(12월31일) 오후 2시부터 바로 모시고 가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또 폭발 사고로 인해 시신의 온전한 수습에 시일이 걸리는 상황인 만큼 “시신을 더 온전히 수습하고 싶으면 기다리는 쪽을 선택하셔도 된다. 이 정도면 모시고 가겠다고 하신다면 바로 모시도록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국토부는 사고 현장에서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수습한 희생자의 시신이 전체 사망자 가운데 5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아직도 피해자 5명에 대한 신원확인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선,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이 “유족이라도 일촌이냐 삼촌이냐 등 관계에 따라 디엔에이를 확인하는 사정이 다르다. 이러한 절차 때문에 5명에 대한 통보가 늦어지고 있다”며 사과했다.
글·사진 무안(전남)=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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