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4월21일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건부 승인한 먹는 임신중지약 ‘메피고 팩’. 라인파마 제공
한국에서 2022년 도입이 무산된 경구용 임신중지약이 일본에서 먼저 승인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23년 4월21일 영국 라인파마가 승인 신청한 먹는 임신중지약 ‘메피고 팩’의 제조·판매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메피고 팩은 임신 지속에 필요한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억제하는 ‘미페프리스톤’과 자궁수축제인 ‘미소프로스톨’로 구성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 약의 임상시험을 별도로 거쳤으며, 처방 대상을 임신 9주 이하 여성으로 한정했고 입원 복용 또는 병원 안에 대기하도록 조건을 달았다. 임신중지약 도입에 앞장선 일본 활동가들은 당사자가 신속하고 안전하게 약을 이용하는 데 어려워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사용 승인이 난 경구용 임신중지약은 80여 개국에서 널리 사용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을 필수의약품 ‘보완 목록’에 올렸고, 2019년엔 전문화된 의료감독 없이도 사용할 수 있게 하라고 ‘핵심 목록’에 포함했다. 한국은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임신중지약 판매는 허용되지 않아 안전한 임신중지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반발이 나온다. 라인파마와 독점계약을 맺은 현대약품이 ‘미프지미소’라는 이름으로 같은 약을 2021년 품목허가 신청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추가 자료 요구 등으로 신청 절차를 자체 종료한 바 있다.
2000년 미페프리스톤을 승인한 미국에서는 2022년 보수단체 ‘자유수호연합’이 텍사스주 연방법원에 승인 취소 소송을 냈고, 보수 성향의 매슈 캐스머릭 판사가 이를 받아들여 논란이 됐다. 연방대법원이 2023년 4월21일(현지시각) 미국 정부의 긴급 사용 요청을 받아들여 시장에서 다시 판매가 허용된 상태다.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나영 대표는 “시대를 거꾸로 가는 미국은 기준점이 될 수 없고, 일본까지 사용을 승인한 마당에 한국이 허가를 더 이상 미룰 근거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대로 미페프리스톤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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