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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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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동물들의 안식처, 생추어리를 가다

등록 2023-04-21 22:18 수정 2023-05-03 13:56
강원도 인제군 꽃풀소 보금자리에서 가야가 소에게 바나나를 먹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강원도 인제군 꽃풀소 보금자리에서 가야가 소에게 바나나를 먹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22년 한국인의 육류(소·돼지·닭) 소비량이 처음으로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8㎏, 쌀은 56㎏이다. 대량소비를 하려면 대량생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어미에게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반복시키고, 새끼들은 비좁은 비육장에서 밀집 사육된다. 좁은 공간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아 서로 상처 내는 일을 막으려 동물들의 부리·이빨·꼬리 등은 마취 없이 제거된다. 닭의 수명은 7~13년이지만, ‘치킨’은 35일 만에 만들어진다. 돼지의 수명은 15년이지만, 삼겹살은 6개월 만에 만들어진다. 수소는 20년을 살 수 있지만 스테이크는 30개월 고기다. 누군가는 이를 소(Cow)와 아우슈비츠(Auschwitz)를 합쳐 ‘카우슈비츠’(Cowschwitz)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드물지만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이 있다. 동물권 단체들은 곳곳에 구조된 농장동물을 위한 보호구역을 만들었다. 피난처·안식처라는 뜻의 생추어리(Sanctuary·생크추어리)다. 생추어리의 동물들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산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동물권 활동가인 진 바우어가 학대받거나 방치된 농장동물을 구조한 뒤 이들이 지낼 보금자리를 만든 것이 시작이다. 국내에서도 2020년 5월 ‘새벽이생추어리’를 시작으로, 동물권 단체들이 하나둘 직접 생추어리를 만들고 있다. <한겨레21>은 살아남은 동물을 찾아, 동물권행동 카라의 ‘미니팜 생추어리’와 동물해방물결의 ‘꽃풀소 보금자리’를 찾았다.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던 곰을 위한 생추어리를 만들려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가들도 만났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제1460호 표지 이야기 - 열두 살 염소 봄이의 생추어리 생활


돼지 릴리를 쓰다듬자 배를 보이며 누웠다…생추어리의 다른 삶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731.html

생추어리 사는 소들은 바나나 먹으며 오후를 즐긴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3718.html

뜬장서 살아 나올 수 없었던 사육곰, 미국에서야 땅을 밟았다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37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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