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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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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줄이는 선거개혁

등록 2023-02-01 07:58 수정 2023-02-03 00:50
올겨울 최강 한파가 덮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월 29일 오후 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보일러 연통. 연합뉴스

올겨울 최강 한파가 덮친 가운데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난방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월 29일 오후 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보일러 연통. 연합뉴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인데 때를 잘못 맞춘 걸까, 며칠 내내 생각했습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월24일부터 그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그날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7도. 가장 따뜻한 낮에도 영하 6.9도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회사에 가는 길. 최저기온은 영하 17.3도로 전날보다 떨어졌습니다. 출근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지금이 그때인데….

그날, 기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는 강추위와 ‘난방비 폭탄’ 이야기였습니다. A기자는 아파트 관리비 앞자리가 2에서 3으로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옆에 있던 B기자는 아파트 관리비가 무려 50만원 넘게 나왔다고 합니다. 아파트 우편함에 꽂힌 55만원짜리 관리비 고지서가 별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바로 우리 일이었습니다. C기자는 난방비를 아끼려고 집에서도 옷을 몇 겹씩 껴입는다고 했습니다. 수다를 떠는 동안 생각했습니다. 아, 지금이 그때여야 했는데….

‘그때’는 <한겨레21> 표지이야기의 타이밍입니다. 2022년 12월, 제1442호 ‘추운 겨울이 온다’ 표지를 만들었습니다.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 상황을 맞았는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난방비 급등이 에너지 빈곤층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텐데,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짚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편집장만 실없이 하는, 세상 쓸데없는 생각입니다. 그때 그 이야기를 한 달 뒤인 지금 표지이야기로 썼다면 얼마나 독자의 마음에 콕콕 박혔을까, 싶었습니다. 지금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할 구석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기사, 그게 언론의 구실이니까요. 저널리즘 교과서에 나오는 말처럼 “기자가 충성해야 할 대상은 시민”이니까요.

실없는 생각의 가닥을 오늘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틀어봤습니다. 난방비, 대중교통비 인상에는 민감하다 못해 분노하는 시민이, 정치개혁이라는 의제에는 왜 그렇게 무관심할까요. 이번호 표지이야기인 ‘선거제 개혁’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다룰지, 기자들과 한참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면서도 뱅뱅 맴돌았던 질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인터뷰를 하고, 국회를 중심으로 선거법 개정 논의가 불붙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심드렁합니다. 내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행사하는 한 표가 당락을 가르는 결정적인 한 표가 되든, 아깝게 패배한 후보자에게 던진 ‘죽은 표’가 되든, 당장의 난방비 수십만원 폭탄만큼 절실하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건 어떤가요.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의 연간 30조원이 넘는 적자 문제와 연결돼 있습니다. 한전 채권 발행 한도를 늘리려면 한전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죠. 윤석열 정부는 취약계층의 전기·가스요금 등을 지원해주는 ‘에너지바우처’ 예산안을 전년보다 20% 삭감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다행히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안은 증액됐습니다. 전국 학교의 난방비를 좌우할 학교운영비 증액과 삭감의 칼자루를 쥔 곳은 각 시·도 의회입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할지, 500명으로 할지 우리 선거구에서 뽑는 국회의원이나 시·도·구의원을 1명으로 할지 3~4명으로 할지 따위의 이야기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셀프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때맞춰 계속 감시하고 보도하겠습니다.

황예랑 편집장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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