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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도 채식급식 ‘바람’

LG·현대차 등, 무슬림·비건 직원 위해 구내식당 메뉴 추가
등록 2022-08-05 07:11 수정 2022-08-05 23:59
2022년 7월15일 서울 여의도 LG그룹 트윈타워 구내식당에서 허승빈 점장이 비건 메뉴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2022년 7월15일 서울 여의도 LG그룹 트윈타워 구내식당에서 허승빈 점장이 비건 메뉴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환경, 건강에 대한 직장인들의 관심이 커지며 국내 대기업의 구내식당도 변화한다.

2022년 7월15일 점심시간 서울 영등포구 엘지(LG)트윈타워 구내식당 샐러드 코너는 사람들로 붐볐다. 육류가 빠진 샐러드 메뉴는 30분도 안 돼 동났다. 직원 7천여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허승빈 구내식당 점장은 “한국에 발령받은 무슬림 외국인이나 환경·건강에 관심 많은 여성 등 비건 직원이 20여 명”이라며 “5종 샐러드 가운데 1종은 항상 고기 없는 메뉴를 준비하고 주 2∼3회 고기가 없는 메인 요리를 낸다”고 말했다.

허 점장은 공식적인 ‘비건 메뉴’가 나오는 날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비건 직원들과 소통하며 메뉴를 챙긴다. 예를 들어 ‘닭고기 고명 마크니 카레’를 조리할 때, 닭고기는 뺀 카레를 제공하는 식이다. 엘지전자 김아무개(43) 책임은 “5년 전부터 환경·건강상 이유로 채식을 시작했는데, 옛날엔 샐러드나 라면으로 대체한 날이 많았다. 요즘은 주메뉴도 육류를 사용하지 않거나, 육류를 고명으로 선택하는 메뉴가 주 3회 이상 나와 예전보다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2022년 1월부터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페스코 베지테리언 메뉴’를 주메뉴로 하는 점심 웰빙뷔페를 운영한다. 종교적 이유로 구내식당 이용이 어려운 직원, 건강식에 관심이 많은 직원, 비건 등 특별한 식단을 원하는 직원의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두부 비건 팟타이, 채소 라자냐, 새송이 스테이크 등 새로운 메뉴를 도입했다. 비건 메뉴 시행 7개월이 지난 지금은 “건강한 음식을 배부르게 먹어 좋다” “매주 새 비건 메뉴를 접하니 신기하다” 등의 반응이 꾸준하다. 각국 요리를 활용한 비건 메뉴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은 서울의 한 스타트업 회사에 다니는 비건 문예원(30)씨는 2017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입사 때 채식주의자가 아니던 그는 같은 해 공장식 축산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채식을 결심했다. 당시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구내식당엔 비건 메뉴가 따로 없었다.

“점심 때 구내식당에서 제가 먹을 수 있는 건 과일, 착즙주스 정도밖에 없었어요. 예를 들어 한식이면 갈비탕·닭갈비, 양식이면 피자·스파게티, 일식이면 돈가스 이렇게 나와도 제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예요. 영양사와 삼성전자 사원단체인 한마음협의회에 비건식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얘기했죠. 알레르기나 건강상 이유로 고기를 멀리하는 사람도 있으니 글로벌 기업에 이런 식단이 없는 건 말이 안 된다고요.”

문씨는 2019년 삼성전자를 퇴사한 다음에야 동료들로부터 “덕분에 이제 비건식이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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