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세계에서 가장 육식을 즐기는 곳이다. 2017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집계를 보면, 홍콩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137㎏으로 미국(124㎏)을 제치고 1위였다. 대표적 축산업 국가인 오스트레일리아, 아르헨티나, 뉴질랜드가 뒤를 이었다. 한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71㎏)은 홍콩의 절반 수준이었다. 어류 등 해산물 소비량도 아이슬란드와 몰디브에 이어 홍콩이 세계 3위다. 이와 별개로 2018년 홍콩대학 연구팀은 홍콩 시민 1인당 하루 육류·유제품. 달걀 소비량이 664g(연간 소비량 242㎏)이나 된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홍콩 보건부의 일일 섭취 권고량은 180g이었다.
홍콩이야말로 비건 비율이 가장 낮고 채식 보급이 세계에서 가장 어려울 것이란 추론은 자연스럽다. 실제로 그럴까? 통계가 보여주는 사실이 상식적 통념과 전혀 다를 때가 있다. 홍콩의 채식주의 확산은 그 흥미로운 사례다. 최근 10년 새 홍콩에서 비건은 아니지만 유연한 채식을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40%로 급증했다. 플렉시테리언은 ‘플렉서블’(Flexible.융통성 있는)과 ‘베지테리언’(Vegetarian.채식주의자)의 합성어로 ‘반(半)채식주의자’라는 뜻이다. 홍콩의 비건 운동에 앞장서는 사회적기업 ‘그린먼데이’는 “홍콩의 대다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 채식 메뉴를 제공하며 슈퍼마켓들도 식물 기반 식품 전용 매장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린먼데이의 홍보 담당자 스테파니 퐁은 <한겨레21>과 한 전자우편 문답에서 “(홍콩 사례는)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해도 변화는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린먼데이는 어떤 기업인가.
2012년 창립된 그린먼데이는 “지구적 차원의 기후변화, 식량안보 위협, 공중보건 위기, 환경 파괴, 동물의 고통과 맞서 싸우기 위해 식물 기반의 미래 먹거리를 통한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표방한다. 육식 비율이 높은 홍콩에서 급작스러운 채식 전환이 가능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일주일에 하루 육식을 하지 않는 대중운동(‘그린먼데이 운동’)을 전개하고, 다양한 식물성 대체식품을 개발·보급한다.
그린먼데이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꼭 10년 전 그린먼데이가 창설됐을 때만 해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식단이라는 아이디어를 홍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도전을 이겨내고 성공적으로 아시아 음식계의 변화를 이끌었고, 사람들이 비건 식단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10년 동안 그린먼데이는 기업, 식당, 학교, 가정에서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녹색, 건강,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다방면으로 함께 노력하는 소셜벤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린먼데이그룹은 2020년 <포천>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Change the World) 목록과 <포천 차이나>의 ‘중국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타트업 20곳’에 이름을 올렸다. 또 그린먼데이 운동은 중국 정부(생태환경부), 전중국환경연맹, 환경교육센터가 공동 주최한 ‘2021 중국 녹색경제정상회의’에서 탄소중립 모범사례로 선정됐다.
만족도 높은 식물단백질, 세계 20개국에 공급홍콩에서 대체육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가.
그린먼데이그룹의 식품 혁신 부문인 옴니푸드(Omnifoods)가 2018년 출시한 옴니포크(Omnipork)는 시작부터 셰프와 소비자 모두에게 압도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옴니포크는 유전자변형물질(GMO)을 사용하지 않은 식물단백질 음식이다. 현재 옴니푸드는 홍콩과 중국 본토를 비롯해 마카오, 대만, 싱가포르, 타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미국, 캐나다,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20개국 이상의 시장에 유통망이 있다. 옴니푸드는 홀푸드마켓, 스프린트파머스마켓, 스타벅스, 맥도날드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 디즈니랜드호텔, 포시즌스호텔, 그랜드하얏트호텔, 피자익스프레스를 포함한 글로벌 레스토랑과 소매 체인점들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옴니포크 이외에 다른 대체식품이 있나.
옴니푸드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많이 소비되는 단백질인 돼지고기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제 해산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해산물 소비가 전세계 소비량의 73%를 차지한다는 점에 비춰, 우리가 2021년 세계 해양의 날(매년 6월8일)을 맞아 출시한 ‘옴니시푸드’의 잠재력은 막대하다. 옴니시푸드 시리즈는 연어, 참치, 게살뿐 아니라 생선튀김까지 아우르는 가장 포괄적인 식물성 해산물 라인업이다. 2022년 1월에는 세계 최초로 식물성 흰살생선 살코기(필레)도 선보였다.
홍콩 시민은 그린먼데이 운동에 호응하는가.
그린먼데이 설립 이전에 홍콩의 플렉시테리언은 전체 인구의 5%에 불과했지만 이후 10년 새 40%로 급증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하루 이상 식물성 식단을 실천한다. 베지테리언 전용 레스토랑이 늘고, 일반 음식점도 그린 메뉴(식물성 식단)를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홍콩에서 식물 기반 식생활의 인기가 급격히 커진다는 증거다. 대부분의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홍콩에서도 맛, 편의성, 사회적 흐름 그리고 적당한 가격이 사람들의 식단 선택을 결정하며, 그 점에서 홍콩의 식물 기반 음식의 대중화는 성공적이다.
비건 캠페인에 거부감과 비판이 있나.
사람들은 식물성 식품이 매력적이지 않으며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린먼데이의 음식 혁신과 대체식품 기술에 힘입어, 식물성 고기는 채식 식단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육식하는 사람들도 사로잡을 만큼 맛과 영양가를 갖추게 됐다. 식물성 대체육이 전체적으로 더 유익한 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점차 전환해가는 것처럼, 기존 고기를 갑자기 완전히 대체하는 대신 사람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
육식 위주 식단에 따른 비만 인구가 늘고 사회적 비용도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그래도 “채소만 먹을 수 있나? 나는 (육식의) 즐거움과 맛을 희생하진 않겠다”고 말할 수 있다. 식물성 육류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5년 이상 그린먼데이는 대체육을 성공적으로 론칭해왔고 고기를 먹는 사람들한테도 호평받았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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