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군성폭력사건공대위 제공
2010년 두 명의 해군 상관이 함정에 갓 배치된 부하 여군에게 성폭력 가해를 했다. 해군 소령 박아무개씨는 직속 부하였던 장교 ㄱ씨를 10여 차례 성추행하고 두 차례 성폭력 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함장이던 해군 대령(사건 당시 중령) 김아무개씨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ㄱ씨에게 상담을 빌미로 성폭력을 가했다.
법정 다툼은 2022년 3월31일에야 종료됐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군 형법상 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대령 김씨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반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같은 혐의로 기소된 소령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가 가한 두 번째 성폭력과 관련한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은 인정하면서도, 첫 가해자였던 박씨 사건에 대해선 원심 판단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진술 등이 서로 다르므로 (중략) 범죄 성립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쪽짜리 판결”(최희봉 젊은여군포럼 공동대표)이란 비판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 두 사건을 병합해 한 재판부가 판단하도록 해야 했다”(박인숙 변호사·피해자 법률대리인단)는 지적도 제기됐다. 첫 번째 가해 행위를 바탕으로 상관에게 도움을 청하는 과정에서 두 번째 사건이 발생했기에, 동종 범죄인 두 사건의 맥락을 따로 떼어 판단하는 일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첫 번째 가해자인 박씨는 범죄 사실을 전부 인정하지 않고, 두 번째 가해자인 김씨는 일부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을 짚으며 “피고인이 모든 범행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재판부가) 범죄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 보인다”(박인숙 변호사)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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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들은 애초 1심에서 각각 징역 10년(박씨), 8년(김씨)을 선고받았으나, 고등군사법원은 2018년 11월 원심을 뒤집고 두 명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부하’와 ‘상관’이란 관계, 강고한 위계질서, 해군 함정의 특수성, 성소수자라는 피해자의 위치성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죄 판결을 내렸다.
ㄱ씨가 싸워온 12년의 세월 동안 군대에선 성폭력 사건이 계속 발생했다. 고발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죽음을 택한 이들도 있다. 이날 ㄱ씨는 “오늘의 저는 또 한 번 죽었다”고 했다. 언제까지 이런 죽음을 방치할 것인가. 답은 군에 달려 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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