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KT덕분에 적어본 외상장부

등록 2021-10-30 10:15 수정 2021-10-30 10:15
연합뉴스

연합뉴스

2021년 10월25일 점심시간을 조금 앞둔 오전 11시20분, 케이티(KT)의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멈췄다.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서비스가 불통이 되자 시민들은 서로 전화를 걸어 “지금 인터넷 나만 안 되냐”고 물었다. 하지만 전화조차 중간에 끊기기 일쑤였다. 정보무늬(QR코드) 체크인과 배달 주문 앱 등 코로나19 이후 시민들이 점심시간마다 가장 자주 꺼내 쓰는 앱이 모두 먹통이 됐다. 카드단말기도 마찬가지여서, 식당들은 현금이 없는 손님을 돌려보내거나 ‘외상’을 달았다.

교육 현장도 혼란을 겪었다. KT 통신망을 쓰는 12개 시·도교육청 유치원과 학교 등 기관 7천여 곳의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이(e)학습터’와 ‘이비에스(EBS) 온라인클래스’ 등 원격수업 시스템이 직접 마비되진 않았지만, KT 인터넷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온라인수업에 접속하지 못해 피해를 봤다.

‘개미’ 주식투자자의 볼멘소리도 크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제 타이밍에 거래할 수 없었던 탓이다. <조선비즈>는 이날 40분간 9597억원가량의 거래가 제대로 체결되지 못했다고 추산했다.

KT 쪽은 애초 디도스 공격이 이번 서비스 장애의 원인이라고 발표했다가, 이날 오후 2시30분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정정했다. 자체 네트워크에 결함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가 왜 발생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018년 KT 서울 아현지사에서 불이 나 마포구와 용산구, 서대문구 일대 통신이 마비된 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전국에서 인터넷이 마비된 만큼 피해 규모가 더 크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생활의 일상화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시민 의존이 높아진 뒤라 체감 불편도가 함께 커졌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관심 분야 기술, 인간, 민주주의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