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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군’은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등록 2021-08-25 09:28 수정 2021-08-26 02:04
국토교통부 블로그 갈무리

국토교통부 블로그 갈무리

2021년 8월18일 국토교통부 홍보 블로그에는 ‘민식이법 놀이가 유행?! 스쿨존 주의사항 알려드림!’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어린이 기자단이 쓴 이 글에는 아이들이 돈벌이를 위해 ‘스쿨존 내 운전자 위협 행위’를 의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담겼다. 블로그 글의 말미에는 ‘이 글이 국토교통부나 행정안전부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말도 덧붙었다. 사람들은 분노했다. 해당 게시물은 국토교통부의 트위터에도 올라왔다. 사람들은 인용 리트윗(RT)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 혐오를 국가가 나서서 조장할 뿐 아니라, 글에 대한 책임을 어린이 기자단에 넘기는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터넷에 게재된 아동 혐오성 정보를 아이들이 사실로 믿게 되는 현실에 대한 탄식과 비판도 이어졌다. 문제가 커지자 국토교통부는 4시간여 만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민식이법’의 시작엔 2019년 9월의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김민식(당시 9살)군이 길을 건너다 교차로를 막 지나온 차량에 부딪친 것이다. 중학교 정문 앞 사거리 인근 횡단보도에서 동생(당시 4살)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던 민식군은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끝내 숨을 거뒀다. 민식군이 사고를 당한 곳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었음에도 신호등이나 과속 단속 카메라 등 안전을 위한 시설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아이를 잃은 부모는 스쿨존 교통안전을 강화하는 법안에 아이의 이름을 허락했다.

부모의 마음과는 달리, 인터넷상에서 ‘민식이법’은 쉽게 쓰인다. 언론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나 취재 없이 인터넷에 게재된 몇몇 글을 중심으로 아동들이 대대적으로 차량에 뛰어드는 놀이를 한다는 보도를 내고 이를 ‘민식이 놀이’로 지칭하기도 한다. 법에 대한 막연한 공포도 퍼져 있다. ‘스쿨존에서 사고가 나면 무조건 가중처벌하니까 문제’라는 여론도 상당하다. 하지만 ‘민식이법’은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법일 뿐 아니라 울타리, 신호등 등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장치를 의무적으로 규정하는 법이기도 하다. ‘민식이법’의 핵심엔 ‘처벌’이 아닌 ‘안전’이 있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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