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통령’(초등학생 사이의 대통령) 로블록스가 폭력적인 현실을 게임에 그대로 옮겨오는 이용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용자가 아바타 등을 이용해 원하는 게임을 직접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게임 엔진(제작 도구)으로 인기를 끄는 로블록스는 가상현실(메타버스) 서비스의 대표 주자로 여겨진다. 매달 1억6천만 명이 넘는 이용자가 로블록스에 접속한다.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세계관을 구성할 수 있다보니, 폭력적인 현실마저 그대로 옮겨오는 부작용도 생겼다.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의 2021년 8월17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로블록스에서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2019년 발생한 대규모 총격 사건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이는 게임이 개설됐다. <더버지>는 로블록스에서 ‘크라이스트처치’라는 검색어만 입력해도 이 끔찍한 사건에서 착안한 게임방 두 곳에 접속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두 방에는 모두 200여 명이 접속해 있었다. 크라이스트처치 총격 사건은 근래에 종교 혐오로 발생한 단일 사건 중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사건 중 하나다. 51명의 사망자와 49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미국 방송사 NBC는 앞서 2019년 로블록스에서 극단주의적·인종주의적 내용을 담은 콘텐츠를 만드는 계정을 100개 넘게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로블록스는 “8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고용해 매달 수백만 개의 콘텐츠를 들여다보고, 또 자동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이용해 이용자 간 소통 내용을 모니터링하며, 부정행위나 콘텐츠를 발견할 경우 즉시 제보하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라이스트처치 사건을 재현한 게임과 관련해서도 로블록스는 “우리는 인종주의, 차별 발언, 또는 끔찍한 사건 관련 콘텐츠를 용인하지 않는다”면서 “해당 게임을 발견하자마자 즉시 삭제했고, 커뮤니티 수칙을 위반한 계정을 정지시켰다”고 해명했다.
한국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낸 보고서(‘메타버스 현황과 향후 과제’)에서 “미래 세대가 온라인 공간에서 잘못된 경험을 하게 될 경우 자칫 이것을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사회 경험이 줄어든 아동·청소년들이 메타버스 등 온라인 공간에서 균형 잡힌 사회관을 배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관심 분야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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