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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마을과 대림동의 간극

등록 2021-07-29 11:27 수정 2021-07-30 02:05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서울에는 이주민 유입으로 유명세를 얻은 두 동네가 있다. 바로 서래마을과 대림동이다. 한쪽은 프랑스인 유입으로, 또 한쪽은 중국 동포 유입으로 각각의 상권과 생태계가 발전했다. 두 동네 모두 거주하는 이주민들로 인해 활기를 찾고 서울 내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뽐내는 ‘핫플레이스’다.

‘낭만적인’과 ‘칼부림’ 사이에서

그런데 왜인지 한국 사회에서 두 동네의 이미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당장 인터넷 검색창에 ‘서래마을’을 입력해봤다. 테마 열쇳말로 ‘낭만적인’ ‘이국적’ ‘데이트’ 등이 뜨고, 이어 여러 카페와 레스토랑에 대한 아기자기한 블로그 글들이 보인다. ‘서울 속 작은 프랑스’라는 문구를 앞세운 대부분의 언론 보도에서 서래마을에 대한 묘사는 매력적이며 ‘프랑스’라는 이미지가 고급스럽게 묻어난다.

이번에는 검색창에 ‘대림동’을 넣어봤다. 분위기가 방금과는 현저히 다르다. 물론 ‘대림동 맛집’이라는 연관검색어가 뜨지만, 조금 넘기자 ‘대림동 살인사건’ ‘칼부림’ ‘조선족 조폭’ 등이 줄을 잇는다. 중국 동포를 향한 혐오표현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뉴스도 조선족 범죄와 관련된 내용이 대다수다. 간간이 대림동과 중국 동포를 향한 차별적 시선에 그들의 억울함을 대변하는 기사도 보인다.

서래마을과 프랑스의 연관성은 적극적인 홍보 수단으로 활용된다. 서초구는 프랑스대사관과 자주 협력해 행사를 열고, 아예 서래마을을 브랜드화해서 프랑스 삼색기를 본뜬 로고를 만들고 ‘서울 유일의 프랑스 마을’이라는 문구로 적극 방문객을 유치한다.

대림동을 관할하는 영등포구도 얼마든지 ‘차이나타운’ 혹은 ‘현지식 맛집’ 등의 이미지를 활용해 홍보할 법한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정치인의 홍보 자료에는 딸을 등에 업고 중국어 간판이 내걸린 대림동 거리를 걷는 단란한 가정의 사진을 배경으로, “어디에서도 안전하고 든든해지는 인생”을 아이에게 물려주겠다고 공약한다. 이는 우회적으로 ‘범죄도시’ 대림동을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왜 프랑스 주민과 문화라는 자산은 매력적인 홍보 수단이 되는데, 조선족 주민과 문화는 그 반대의 취급을 받을까? 같은 이주민 공동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는 왜 이런 극심한 온도차가 존재할까? 중국 동포와 대림동에 씐 범죄 이미지 때문일까? 사실 두 공동체 모두 그 안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주목받은 경험을 공유한다. 대림동에선 2017년 12월과 2021년 1월, 두 차례 중국 동포가 저지른 살인사건이 있었다. 이런 사건은 어쩔 수 없이 특정 그룹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한국 대중은 이 사건을 ‘개인’의 범죄이기보다 ‘집단’ 문제로 받아들였고, 조선족 공동체에 또 손가락질해댔다. 물론 ‘너희 고향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뻔한 레퍼토리도 덧붙이며.

비슷한 살인 사건, 다른 반응

그러나 서래마을에서 프랑스인 주민이 이보다 더 엽기적인 영아 살인·유기 사건을 저질렀을 때, 한국 사회는 분명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한국과 프랑스 양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자칫 외교 갈등으로 번질 수도 있었던 큰 사건인데, 그때 국내 거주 프랑스인 집단을 문제 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 이게 당연한 반응이다. 대림동에서 사건이 날 때와 다르게, ‘프랑스인아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2015년 프랑스학교가 서래마을에서 부지를 옮기려 할 때, 프랑스 주민이 떠나갈 것을 걱정한 서래마을 주민들과 상권은 이에 반발하고 단합해 결국 프랑스학교를 서래마을에 붙잡아뒀다. 한편 대림동의 내국인 부모들은 자녀가 입학할 나이가 될 때 주소를 옮기면서 대림동 내 학교를 기피한다.

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할 수 있겠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이쪽 이주민 집단과 저쪽 다른 이주민 집단을 다룰 때 기준이 다른지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서래마을과 대림동. 두 동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해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김종대 리제너레이션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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