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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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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전 20초 만에 무너진 백화점

26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
등록 2021-06-26 02:41 수정 2021-06-29 12:03

7월1일부터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이 적용된다. 5단계에서 4단계로 간소화되고 밤 10시인 영업시간 금지도 12시까지로 확대된다. 5명 미만 사적 모임 금지도 단계별로 완화되는 등 골목상권 중심으로 다시 활력이 돌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의 영업 재개와 소비 진작을 위해 국민 일부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지 다시 논의하고 있다. 열거한 각종 방침과 조처, 정책의 법률 근거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다. 그리고 이 법의 뿌리는 1995년 재난관리법이다.

1995년 6월29일 서울 서초동의 핑크빛 백화점이 양 끝에 앙상한 기둥만 남긴 채 주저앉았다. 지하 4층, 지상 5층이 20초 만에 붕괴했다. 당시 기준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으로 한국전쟁 이후 역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의 내막을 알면 더 기가 막힌다. 애초에 삼풍백화점은 상업용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주거용 토지에 들어섰다. 처음부터 들어서지 못할 건물이었다. 사업계획 승인에서 준공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설계 변경이 이뤄졌다. 완벽한 시공 도면이 검토·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첫 삽을 떴다. 백화점 개장 이후 5층에 냉각탑을 임의로 옮기는 도중 지붕이 크게 손상됐고 이것이 건물 붕괴에 큰 영향을 줬다. 총체적 부실 뒤엔 삼풍백화점 실소유주 삼풍건설 회장 이준이 있다. 중앙정보부 출신으로 그는 고위 관료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이충우 서초구청장을 비롯해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

늦었지만 제2의 삼풍을 막자는 법이 만들어졌다.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제정된 재난관리법이다. 법과 제도가 다음 참사를 막기 위한 예방에 기여한다면 재난이 할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말 걸기’도 있다. 삼풍백화점 생존자 ‘산만언니’는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라는 책을 냈다. 이 수익금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전달한다고 한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 분야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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