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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뉴스-대전] 행정수도의 꿈, 닻 올린 국회 세종분원

올해 예산에 127억원 반영 설계 등 본격화… “서울=복합수도와 세종=행정수도로 구분”
등록 2021-02-12 21:46 수정 2021-02-14 10:53
국회 세종의사당 입주 후보지 한 곳의 전경. 세종시 제공

국회 세종의사당 입주 후보지 한 곳의 전경. 세종시 제공

2020년 한가위에 이어 이번 설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라는 국가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이번에는 직계가족이더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꼭 4명까지만 모여야 합니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여서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2020년 설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입춘이 지났어도 아직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고향 부모님 뵈러 가는 길은 조심스럽고, 자식들 얼굴 보러 움직이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이젠 ‘민족 대이동’이란 말도 농경사회 유물로 남을 판입니다.
그래서 <한겨레21>이 ‘우동뉴스’(우리동네뉴스)를 준비했습니다. 명절에도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한겨레> 전국부 소속 기자 14명이 우리 동네의 따끈한 소식을 친절하고 맛깔스럽게 들려줍니다. 고향 소식에 목마른 독자에게 ‘꽃소식’이 되길 바랍니다. _.편집자주

행정도시 세종은 행정수도가 될 수 있을까요? 행정도시와 행정수도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충청도의 숙원이 됐을까요?

2021년 1월29일은 참여정부가 2004년 국가균형발전을 선언한 지 17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행정도시 세종을 중심으로 전국 혁신도시(10곳)가 연계해 수도권과 지역이 상생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대전환을 실현하자는 것이 이 선언의 뼈대입니다.

중앙 행정부처 22개 등 이미 세종시로 이전

세종시는 2007년 7월20일 건설 기공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조성돼, 2012년

1단계로 15개 중앙 행정부처 등 기관이 이주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5단계로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부처 22개와 소속 기관 21개가 이전했습니다. 때를 같이해 전국 곳곳에 혁신도시가 조성되고 굵직한 공기업들이 혁신도시에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세종시와 혁신도시를 건설해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됐을까요? 국토연구원은 ‘그렇다’고 답합니다. 수도권 인구 증가율을 분석했더니 2000~2010년 해마다 0.2~0.5%포인트 늘었으나 2010~2017년에는 해마다 0.1%포인트 증가에 그쳐 ‘인구 역전’ 시점이 8년 정도 늦춰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균형발전 기대치에는 크게 못 미칩니다. 2020년 수도권 인구는 전 국민의 50%를 넘어섰습니다. 세종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주장합니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자족성이 부족한 도시라며 정부청사 대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짓겠다고 밝혀 충청민의 공분을 샀습니다.

세종시 건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애초 신행정수도로 추진했습니다. 이에 앞서 1979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도를 이전하는 ‘백지계획’을 완성했습니다. 백지계획은 국토의 중심지 가운데 북한의 함포사격 사거리 바깥이고, 휴전선에서 평양만큼 떨어진 한 지역을 지정해 완벽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땅은 바로 공주시 장기면(현재 세종시)입니다. 전두환 군사정권 때, 당시 노태우 건설부 장관도 백지계획을 꽤 정성 들여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대 정권마다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수도 이전을 검토했던 것이죠. 또 600년 전 조선 개국 당시에는 세종시 인근인 계룡산 자락으로 도성을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됐습니다. 한국군 지휘부가 들어선 계룡대(옛 신도안)가 그곳입니다.

서울에 가면 숨이 턱 막히고, 차도 꽉 막히고, 사람에 치여 정신없다는 이가 많습니다. 서울 사람도 팽팽하게 경쟁하는 삶을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수도 이전이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외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은 경제수도, 지방은 지역별 특징을 살려 발전할 수 있는 차선책은 됩니다.

청와대까지 이전해야 명실상부

충청권의 숙원인 행정수도 꿈에는 서울과 지역이 공존·공생해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루자는 뜻이 담겼습니다. 부강한 나라의 중심도시가 건설된다는 말에 충청민은 고향 집과 문전옥답을 내놓았습니다. 많은 분이 땅값, 집값이 서울 수준으로 올라 보상받았는데 무슨 욕심을 내느냐고 합니다. 지금 정부세종청사가 들어선 곳은 20년 전 연기군 종촌면이었습니다. 이주 기관 공무원 등에게 물량의 절반 이상을 선분양하는 아파트 시장에서 원주민이 얼마나 분양 받았을까요? 원주민 가운데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이가 또 몇 명이나 될까요? 서울과 전국에서 온 이주민이 결과적으로 꽤 수혜를 입었습니다.

세종이 명실공히 행정수도가 되려면 국회의사당과 청와대도 이전해야 하는데 과정이 복잡합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행정수도 지위를 확보하려면 개헌 혹은 입법기관이 합의해 행정수도특별법을 제정하거나 국민투표를 해야 합니다. 행정수도 지위를 확보하면 행정수도특별법에 따라 대통령 직속 행정수도위원회를 두고 국회, 청와대, 정부 부처 등의 이전 실무를 맡는 행정수도추진단을 꾸릴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대안으로 국회 세종의사당(분원)과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에 설치하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세종의사당은 제17대 대선 때 문재인·홍준표·유승민·안철수·심상정 후보 모두 “정부 업무 효율 강화와 지역 균형발전,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국회의 세종 이전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정치권이 공감하는 배경엔 2017년 기준 정부세종청사 공무원이 국회와 청와대 등과 업무 협조를 위해 가는 서울 출장 횟수가 연간 4만여 회, 그 비용은 35억~67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이 놓여 있습니다.

세종의사당은 2020년 12월 여야가 새해 정부 예산에 설계비 등 관련 항목 127억원을 포함해 건립이 가시화했습니다. 세종시는 2021년 세종의사당 국제설계공모와 기본설계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시는 세종의사당이 완공되면 16개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현재 정부세종청사에 이전한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 11개 부처 관련 11개 상임위원회가 이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종의사당 건립이 시작됐다는 것은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중요한 분기점을 넘었다는 의미입니다. 마침내 충청인의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이죠.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상생발전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완성 시민연대는 “서울과 세종의 정치·행정 이원화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과 국가 정책의 품질 저하, 혈세 낭비 문제가 제기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절박했다. 세종의사당이 건립되면 비로소 세종시가 수도권 초집중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견인차 구실을 할 것”이라고 반겼습니다.

수도권 집중 해소, 균형발전의 토대

세종시를 설계하고 완성해가는 이춘희 세종시장은 “참여정부의 신행정수도 도시 기본 구상을 보면, 청와대와 정부 부처 전체는 원칙적으로 행정수도로 이전하고 입법·사법·헌법기관은 국회 동의를 거쳐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수도는 복합수도와 행정수도로 구분된다. 세종시는 행정수도 기능을 수행해도 서울은 여전히 한국 최대 도시이자 경제·문화 수도 기능을 하는 최고 중심도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송인걸 <한겨레>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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