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무죄가 나왔다. 피해자들은 외쳤다. 인정할 수 없다고,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거의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해자들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법원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다. 1천만 명 넘는 사람이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고, 그중 상당수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손상에 시달렸고 일부는 사망했다. 주로 영유아, 아동, 임신부, 노인 등이 피해자가 됐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서 사망하거나 피해를 봤다는 정확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원은 1월12일 살균제를 만들어 판 애경과 SK케미칼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비단 판결을 보고 느끼는 참담함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들은 괴로움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 가정을 전수조사한 결과, 정부가 인정한 폐질환 외에 코 계통 질환과 피부 질환 등 여러 피해로 고통받는 이가 많았다. 80%에 가까운 성인 피해자는 ‘만성적인 울분 상태’에 시달리고, 피해자 절반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할 정도였다.
1994년 처음 SK케미칼이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팔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저 가습기를 더 잘 사용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살균제를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사건이 2011년 4월부터 알려졌다. 갑자기 숨을 쉴 수 없는 증상에 시달리는 중증 폐렴 환자의 입원이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폐손상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로 추정된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확실한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016년에야 전담수사팀이 구성돼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문제가 된 업체 중 하나인 옥시레킷벤키저는 공식 사과했고,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을 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분야 -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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