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에 알려진 지 1년이 지났다. 우리나라는 2020년 1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총 6만 명의 감염자, 1천 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금 우리는 3차 유행을 겪고 있으며, 2.5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한 달간 지속하고 있다. 국민 모두 오랜 방역에 지쳤고,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의 세계로 돌아가길 바란다. 그 유일한 수단으로 제시되는 건 집단면역이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은 한번 유행하면 전체 인구의 특정 비율이 감염될 때까지 퍼진다. 코로나19는 최소 70% 이상 집단면역 수준이 요구된다. 집단면역을 확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면역을 획득하거나, 백신을 통해 인위적으로 면역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감염을 통한 집단면역은 너무나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최근 공개적으로 정책 실패를 인정한 스웨덴 사례가 대표적이다. 결국 코로나19 유행을 종식하고 과거 세계로 복귀하려면 백신 접종이 유일한 대안이다.
지금까지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하거나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잠정적이나마 발표된 백신은 총 3가지다. mRNA로 만든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그리고 바이러스 전달체를 활용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94~95% 효능을 보고했으며, 미국의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해 접종이 진행 중이다. 최소 수백만 명이 두 백신을 접종했는데 생명을 위협하는 급성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다. 백신을 구성하는 물질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이 극히 일부 보고됐으나, 접종 뒤 관찰해 대응하면 해결될 수준으로 평가된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사용법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문제로 국외 승인이 지연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히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생명공학 기술과 의학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백신은 모두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한국 정부는 총 5600만 명 분량의 백신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 아스트라제네카(1천만 명분), 얀센(600만 명분) 등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과 화이자, 모더나(각 2천만 명분) 등 mRNA 백신이다. 백신 도입량은 충분해 성인 인구 전체를 접종할 만한 분량이다. 이들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3상 연구 결과와 수백만 명 단위의 국외 접종 사례(얀센 제외)가 발표될 것이다.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낮다.
문제는 백신별 도입과 완료 시점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가장 먼저 도입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2021년 2~3월 접종이 가능할 것이다. 얀센의 백신은 2021년 2분기 이후,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3분기 이후로 예상된다. 즉, 집단면역을 형성할 만한 분량은 3분기는 돼야 확보할 수 있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은 감염자로 인한 면역 획득과 백신 접종으로 각국에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시기를 예측했다. 미국은 이르면 2021년 7월쯤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집단면역이 형성되자마자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점차 과거의 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지루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도 집단면역 형성과 함께 점차 줄여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과 방역 당국은 최선을 다해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왔다. 이러한 희생과 노력은 백신 접종 시점까지 시간을 벌기 위함이다. 사회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거리두기 기간을 단축할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 시기를 앞당겨 집단면역을 빠르게 형성하는 것이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미국과 유럽 국가에 견줘 확진자·사망자 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 최근 백신 도입을 둘러싼 논란의 주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3차 유행이 지속되고, 이어서 더 큰 4차 유행이 도달한다면 그때는 여유를 갖기 어렵다.
‘누가 먼저 맞을까’ 전략 짜야백신 접종 시기만큼 중요한 문제는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와 전략이다. 백신을 단기간에 생산할 수 없기에 반드시 누가 먼저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국가에선 의료진, 장기요양시설 거주자, 80살 이상 노인을 우선순위로 둔다. 이는 합리적인 결정이다.
코로나19는 60살 이상부터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난다. 의료진 보호는 코로나19 유행에도 의료체계를 지속가능하게 한다. 접종 전략도 미리 고민해야 한다. 백신 접종은 대상과 지역 등을 기반으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인은 의료기관에 근무하므로 접종이 용이하나, 장기요양시설 거주자를 위해 방문 접종을 준비해야 한다. 또 유행 확산세가 심각한 지역부터 접종을 고려하고, 백신의 보관 조건에 따라 접종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있어 장기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3차 유행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유행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에 발생하는 확진자 수다. 많은 신규 확진자는 중환자, 사망자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방역에 부담을 주는 유일한 요소다. 3차 유행이 다행히 통제되더라도 백신이 충분히 접종되기 전까지 4차 유행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의 현실적 목표는 3차 유행 이전 확진자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지금처럼 1천 명 이상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유지된다면 강력한 대책이 일부 적용되는 지금 확진자를 줄여야 앞으로의 1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가 국민의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바이러스 변이는 예견했던 결과다. 현재 발견된 변이가 바이러스의 치명률과 백신 효과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없다. 최악의 경우 백신 효과가 무력화되더라도 지금 개발된 백신들은 유전공학적으로 설계돼 변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국외 유입 사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국내 바이러스 변이와 그 영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으나,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2020년은 ‘코로나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이 고통도 점차 끝이 보인다. 그러나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고통이 예상된다. 3차 유행보다 4차, 5차 유행이 더 크고 힘들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전파를 차단해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백신 도입과 집단면역 형성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 결국 이 위기의 극복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의 빠른 접종에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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