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고급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 화재 사고가 났다. 운전석에 탄 대리기사는 화재 직후 빠져나와 가까스로 살았지만 조수석에 탄 차주는 소방대원이 출동한 이후에도 구조가 지체돼 결국 사망했다. 사고 차량은 테슬라의 고급 전기차 ‘모델엑스(X) 롱레인지’였다. 대리기사는 차량 급발진을 주장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엑스 롱레인지에는 ‘심리스 디자인’이 적용됐다. 심리스 디자인이란 잘 지은 옷을 입으면 안쪽 솔기(seam)가 피부에 닿는 게 느껴지지 않듯, 이용자 편의를 극대화한 제품·서비스 디자인을 말한다. 모델엑스 롱레인지는 물리적인 손잡이를 없애 터치만으로 문을 자동으로 열리게 했다. 또 문이 옆으로 열리는 게 아니라 날개처럼 위로 열린다. 덕분에 좁은 주차장에서 ‘문콕’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주행할 때 공기 저항도 적게 받는다.
예쁘고 똑똑하기까지 한 디자인이 비상시엔 구조를 방해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물리적 손잡이를 없앤 탓에 화재로 전원 공급이 차단되자 문을 열 방법도 함께 사라졌다. 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은 일반적인 차량과 다른 구조 탓에 외부에서 문을 강제로 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테슬라의 다른 차종인 모델에스(S)를 운전하다 화재 사고로 숨진 운전자의 유족이 전자키와 접촉했을 때만 손잡이가 밖으로 튀어나오는 디자인이 구조를 지연시켜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관심분야 -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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