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세계는 ‘스트롱맨’의 시대였다. 열강에 둘러싸인 한반도는 이들 때문에 더욱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다. 2020년에도 이들의 아성은 견고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세계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 지도자로 뽑혔다. 여론조사기관 유고프가 독일 시민 2천 명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 5명 가운데 누가 세계 평화를 가장 위협하는지 묻자 응답자의 41%가 트럼프 대통령을 지목했다. 2위는 김 위원장, 푸틴과 하메네이가 공동 3위, 5위가 시 주석이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미 대통령 재선 전망은 여전히 밝다. 미국 <usa>와 서퍽대학이 12월10~14일 미 전역 유권자 1천여 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 가상 대결에서 민주당 후보를 모두 앞섰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3%포인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5%포인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에 9%포인트 차이로 각각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오히려 그의 지지층을 뭉치게 한 탓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카지노 사업 비리’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다. 12월26일 보도를 보면 도쿄지검은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IR) 사업과 관련해 중국 기업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자민당 출신 아키모토 쓰카사 의원을 체포했다. 도쿄지검은 다른 자민당 의원들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복합리조트 사업은 아베 내각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은 “아키모토 의원 체포로 이 사업의 이미지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그래도 대다수 일본 언론들은 ‘아베 띄우기’에 한창이다. 12월23일 한·중·일 정상회담 보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해 아베 총리의 외교 성과를 강조했다. 은 아베 총리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홍콩과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문제를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홍콩 등의 문제에 대해 “모두 중국의 내정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베 총리는 “투명한 설명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이 전한 문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중국 언론을 인용해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내정 문제는) 시 주석이 발언했고, 문 대통령은 경청했을 뿐”이라고 중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청와대는 시진핑 주석이 2020년 상반기에 방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사되면 6년 만의 방한이다. 시 주석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 대해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에게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그가 2014년 7월 방한했을 때는 박근혜 정부 때였다. ‘촛불집회’를 겪은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 단계 더 성숙했다. 그의 방한은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민주주의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블라블라
차라리 국밥 먹겠다
국밥갤러리가 아연 활기를 띠고 새삼스럽게 국밥의 역사가 소환됐다. 국밥이 ‘배달의 민족’ 역사에서 중요하다는 것이 발굴됐다. 전화가 보급될 때 전화로 주문 배달이 가능한 음식이기도 했다(최초의 배달음식은 1768년 실학자 황윤석의 일기에 등장하는 ‘냉면’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 설렁탕 등은 서민이 즐기는 음식이었고, 술 먹은 뒤 해장하고 싶은 고관대작은 서민들 식당에 가지 않고 배달해 먹었다고 한다. “국밥 먹을 돈으로 피자 사먹는다”는 “피자 사먹을 돈으로 국밥을 여러 그릇 먹는 모습” 등으로 발전했다.
디시인사이드에서 올해의 유행어는 국밥을 이어 뇌절(1절, 2절, 3절… 명절에 큰절… 뇌절로 진화한 ‘1절만 하지’의 다른 말이다), 곽철용 드립(“묻고 더블로 가” 등 영화 유행어가 발굴됐다), 사탄 “아 이건 좀”(사탄도 너무하다고 말할 정도로 악하다), 근손실(키워놓은 근육이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전체 목록에서 눈에 띄는 것은 ‘포기’의 정서다. 포기의 언어는 농담을 진담으로 받는다. ‘국밥충’으로 알 수 있듯이 가난하고 성실한 것이 ‘충’이 되고, ‘너 개 못해 응 안해’ ‘죽도록 사랑해 그럼 죽어’처럼 비유가 진실이 되거나 ‘시시해서 죽고 싶어졌다’처럼 인생이 시시해졌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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