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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한 인사

설렁썰렁
등록 2020-02-08 15:09 수정 2020-05-03 04:29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한국지엠노조원들과 주먹을 부딪히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한국지엠노조원들과 주먹을 부딪히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계속되며 소환되는 영화가 있다. 2011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Contagion)이다. 박쥐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공포와 불안, 가짜뉴스가 넘쳐나며 급기야 도시가 폐쇄되는 영화의 풍경은 9년 뒤 미래를 섬뜩하게 ‘예언’한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건 카메라가 사람들의 손과 손을 비추며 바이러스 전파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영화 속 바이러스의 시작은 손과 손을 맞잡는 악수에서 비롯됐다.

악수는 비교적 다양한 문화권에서 인사로 사용되는 비언어 소통 방식이다. 악수의 기원에 대해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만 상대방에게 “내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2월4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의 악수를 거부한 것처럼 상대방에게 불편함이나 거부감을 보일 때도 악수가 ‘활용’된다.(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찢어버리며 악수 거부에 화답했다.)

<font color="#008ABD">본래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최근 감염병 불안이 커지면서 악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font>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14년 말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서아프리카 지역을 순방하며 ‘팔꿈치 인사’나 ‘가슴에 손을 얹어 인사’ 등으로 악수를 대신해 주목받았다. <font color="#008ABD">실제로 ‘악수, 하이파이브, 주먹치기’ 등 접촉 인사법에 따라 세균 전염 정도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연구도 있다.</font> 2014년 미국의 의학저널 8월호에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주 하는 ‘피스트 범프’(Fist Bump·주먹치기)가 세균 전염 정도로 따지면 악수의 20분의 1 수준이고, 하이파이브는 악수의 절반이라는 연구 결과가 실리기도 했다.

<font color="#008ABD">‘악수 자제령’은 4월15일 총선을 앞둔 정치인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했다. </font>중진 정치인들은 농을 섞어 “유권자와 악수하는 것만으로 상대가 표를 줄지 안 줄지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만큼 불특정 상대와 접촉하는 정치인에게 악수는 정치의 ‘시작이자 끝’이다. 절박한 만큼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국회에선 팔꿈치 부딪히기, 손가락 하트, 주먹치기, 목례 등으로 인사가 대체되는 풍경이 펼쳐진다.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어색하다.) 현역 의원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총선 예비후보들은 더 절박하다. 거리에서 만나는 이들마다 손세정제를 짜주고,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 대신 투명한 조리사 마스크를 착용하고, 멀리서도 눈에 띄는 큰 손팻말을 제작하는 등 ‘코로나 정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알리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물론 악수를 영원히 없앨 수 없다. 영화 도 주저하다 악수를 나누는 인물들 모습을 보여주며 감염병 사태의 마무리를 알린다. 하지만 당분간은 악수 대신 다음을 상대방에 대한 인사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font color="#008ABD">비누로 30초 이상 꼼꼼하게 손 씻기! 기침할 땐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기!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마스크 착용! 의료기관 방문시 해외여행력 알리기!(질병관리본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국민 예방수칙)</font>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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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A6CA37">블라블라</font>


바이러스가 사는 법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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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길이 있다. 오래 길게 사는 법과 짧고 굵게 사는 법. 바이러스는 생물체 몸에 들어가 숙주의 인프라를 이용해야 살 수 있다. 오래 길게 사는 전략을 택한 바이러스는 생물체의 인프라를 빌려 쓰며 동고동락한다. 그리고 숙주를 살려두면서 재채기 등을 통해 다른 곳으로 번식해나간다. 짧고 굵게 사는 전략을 택하면 생물체의 인프라를 흥청망청 쓰고 숙주 목숨을 빼앗게 된다. 최근 바이러스는 이 전략을 점점 발전시키는 듯하다.
메르스는 세기말의 만수르처럼 숙주의 자원을 써댔다. 세계 2위로 많은 사망자를 낸 한국에서 생존자들 중에서도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이 많았다. 첫 환자부터 호흡이 힘들어 기도에 구멍을 뚫어 삽관했다. 엑스레이로 찍은 폐가 하얗게 변할 정도였다. 숙주를 그렇게 죽여봤자 바이러스 자신에게 남는 건 죽음뿐인데 말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사진)는 감염력을 극단적으로 높이면서도 숙주의 자원을 죽일 둥 말 둥 정도로 쓴다. 손잡이에 붙어서 사흘을 생존한 것으로 확인되거나, 같이 식사했을 뿐인데 감염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숙주의 몸을 망가뜨린다. 자손을 많이 퍼뜨리면서도 흥청망청 사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뇌가 없지만 인간과 지능을 다툰다. 바로 ‘진화’를 통해서다. 독감 투병 사이클을 보자. 독감에 걸렸을 때 밤중에 앓다가도 낮이 되면 몸이 가뿐해지고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은가. 아픈 당신은 어느새 영화를 예매하고, 친구와 약속을 잡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은 당신의 생각이었을까. 게으른 사스 바이러스는 유행 직후 홍콩으로 떠나는 사람 편에 실려가 전세계 사람을 전염시켰다.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감염이 시작되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리한 점이다. 바이러스는 이제 인간에게 증상이 나타나면 ‘격리’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이러스는 지구촌 우점종이 인간임을 알고 인간을 가장 잘 공격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가장 멀리 퍼질 호재인, 중국 설과 맞물린 건 정말 우연이었을까.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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