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아산 주민들이 중국 우한에서 이송될 교민 수용에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포·스릴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 (2007)는 마트 안에 갇힌 수십 명의 사람을 보여준다. 뿌연 안개로 뒤덮여 보이지 않는 마트 밖은 괴생물체가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해친다. 마트에 갇힌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대처하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며 피폐해진다. 결국 사이비 종교를 신봉하는 한 인물의 ‘거짓 선동’에 사람들은 넘어간다. 사람들은 선동을 따르지 않는 이들을 ‘악마화’하고 괴생물체에게 제물로 바치려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는 가운데 한국 사회를 비롯해 전세계가 처럼 안개에 휩싸여 혼란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했다는 이유로 세계 곳곳에서 중국인과 동양인들을 향한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가 확산 중이다. 외신을 보면 세계 각지에서 중국인과 아시아계 사람들이 식당, 학교, 공공기관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바이러스’라는 폭언을 듣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계 아시아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JeNeSuisPasUnVirus)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한국 역시 식당에서 ‘중국인 출입금지’를 써 붙이고, 중국인을 공격하고 ‘혐중 정서’를 부추기는 가짜뉴스가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과 유튜브에 넘쳐나고 있다. 공중파 뉴스를 사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는 거짓 정보를 만든 것과 방역복 입은 사람들이 노인을 부축하는 조작된 합성사진 등도 화제가 됐다. “중국인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중국에서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을 즉각적으로 송환하라”(조경태 의원), “중국 전역을 오염 지역으로 보고 중국 눈치를 그만 보고 초과잉 대응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 대응해야 한다”(김무성 의원) 등 자유한국당 안에서 극단적인 주장도 나온다.
공포와 불안은 우한에 거주했던 한국인들에 대한 거부로 옮겨붙었다.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하는 교민들은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공무원 교육시설에 나눠 격리 수용되는데, 1월29~30일 아산·진천 주민들이 이를 반대하며 농성을 벌였다. 1월30일 아산시 초사동 경찰인재개발원 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천막에서 농성 중이던 주민들은 그곳을 찾아온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양승조 충남도지사에게 항의하며 달걀을 던졌다. 하지만 주민들은 1월31일 정부에 철저한 방역대책을 요구하며 "우한 교민의 수용을 반대 하지 않겠다"고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생 원인과 전염 경로가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고, 치료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기에 공포는 자연스럽게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포가 거짓·허위 정보에 휘둘리며 확산될 경우 우리 사회는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30일 “우리가 맞서야 할 것은 바이러스만이 아니다. 과도한 불안감, 막연한 공포와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개하겠다는 의지도 비쳤다.
영화 의 결말은 충격적이다. 안개가 걷히자 마트 밖 괴생물체는 인간이 가진 기술과 무기로 충분히 해결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존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영화 속 인물들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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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블라
메르스와 메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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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과학’이라는 주제에서 의외의 뒷면은 또 있다.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일대 혼란에 휩싸였는데, 2015년 여름 한국을 강타했던 메르스 시기를 떠올려보자.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는 베타코로나바이러스(사진)의 한 종류에 의해 발생하는 신종 전염병이었다. 한국의 감염자 수는 중동 국가보다 많아서 2위를 기록했고 치사율 또한 21%였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와의 접촉 공포는 상상 불가였다. 여성 메르스 의심환자가 당국의 조치에 불응하는 일이 발생하자 남성들이 과도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대응해서 디시인사이드에는 메르스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남성들이 하는 여성 혐오의 말을 ‘반사’하는 미러링 갤러리였다. 결국 이 여성 메르스 의심환자의 불응은 가짜뉴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갤러리가 ‘메갈’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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