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안(2019년 12월27일)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2019년 12월30일)하면서 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진통이 마무리됐다. 남은 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였는데, 수사 4개월이 지나 결과가 발표됐다. <font color="#008ABD">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1월2일 황교안 대표와 함께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23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공동감금) 등의 혐의로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font> 검찰은 또 이종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에 대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공동폭행)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또는 약식 기소했다.
사건은 지난해 4월 여야 4당의 선거법·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겠다며 자유한국당이 물리적 수단을 동원하며 비롯됐다.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을 막는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다. 이는 여야 맞고발로 이어졌다. 국회 폭력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갈등을 풀지 못하고 해당 사안을 수사기관으로 가져가는 ‘정치의 사법화’의 폐해가 또다시 두드러졌다.
<font color="#008ABD">정치의 사법화는 필연적으로 ‘사법의 정치화’ 논란을 부른다.</font> 이번 수사 결과 발표에 민주당과 한국당 모두 반발했다. 한국당 성일종 원내대변인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뒤 바로 ‘여당무죄, 야당유죄’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일의 선후를 따지지 않은 정치적 기소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은 불법 사보임(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해당 위원회 위원 교체 논란)을 승인한 문희상 국회의장부터 기소하라”고 반발했다. “선거법·공수처법에 이은 야당 의원 기소는 이 정권의 분명한 야당 죽이기”라며 자신들의 행위를 돌아보기 전에 ‘야당 탄압’ 프레임을 밀어붙였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검찰이 그동안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끌다가 공수처법이 통과되고 새로운 개혁 장관(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되자 뒷북 기소를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를 8명이나 기소한 것은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검찰의 작위적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두 당 모두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고 공격하는 것이다.
국회 충돌 사태의 책임을 가리는 일은 이제 재판으로 공이 넘어갔다. 기소된 의원들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5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진행될 각 당의 공천 심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번 일로 정치권은 다시는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평범한 교훈을 깨닫는 데 치르는 수업료치곤 비싸다. 여야 모두 선거법·공수처법 처리 과정과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국회선진화법의 정신을 다시 깨닫게 됐다. <font color="#008ABD">그러면 21대 국회는 달라질 것인가? 알 수 없지만, 달라져야 한다.</font>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font color="#A6CA37">블라블라</font>
박나래 그리고 놀라운 이야기
우수상을 받은 안영미는 “방송용”이 아니라고 생각한 자신에게 손 내민 송은이와 김숙에게 감사하다며 “송김안영미로 살고 싶다”고 말하며 두 ‘조상’에게 큰절을 올렸다. 2019년 안영미는 오랫동안 남자 MC들만 점유하던 에서 조금씩 전진해 MC 자리를 꿰찼다(맨 끝 ‘게스트’ 자리에서 윤종신이 빠진 자리에 들어갔다). 2015년 “일이 안 들어온다”며 회사를 차리고 김숙과 함께 팟캐스트 을 바닥에서 공중으로 띄워낸 저력의 송은이는 으로 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받았다. 놀라울 것 없는 수상인데 멘트로 놀라운 팩트가 추가됐다. ‘뮤직&토크'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받은 김숙은 데뷔 25년 만에 MBC방송연예대상에 처음 참석했다고, 베스트 엔터테이너상을 받은 장도연 역시 데뷔 13년 만에 지상파 첫 수상이라고 밝혔다. “(시상식 자리까지) 다섯 계단 올라오는 데 13년이 걸렸다.” 홍현희는 데뷔 12년 만에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연말 수상 프로그램은 1년 늦게 이뤄진 일이라도 그해의 것이 되도록 만회하는 목적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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