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1. 바닷물고기인 ‘삼세기’의 방언.
2. 2005년 방영됐던 인기 드라마 의 주인공 현빈(현진헌 역)의 별명.
3. (三食-) 퇴직한 뒤 집에서 나가지 않으며 세 끼니를 (스스로 챙겨먹지 않고) 꼬박꼬박 차려달라고 하는 사람.
“민식인지, 삼식인지…”12월2일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직전에 국회의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중년 남성 의원이 민식이법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것이 현장 방송카메라에 녹음됐다. 영상은 찍히지 않고 목소리만 담겨 누구의 발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차량에 치여 사망한 김민식(당시 9살)군 사고 이후 발의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사망 사고 발생시 3년 이상 징역 부과 등이 주요 내용이다. 강 의원실이 파악한 내용을 보면 현재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카메라나 신호등이 다 설치된 곳이 전체의 5%에도 못 미친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해도 가해 운전자에게 1년 이상의 형을 선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반영해 개정법안을 마련했다.
민식이법은 11월19일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민식이의 영정 사진을 들고나온 민식이 부모(김태양, 박초희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울며 법안 통과를 촉구하면서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 협력해 빠르게 법안(민식이법)들이 통과되게끔 노력해나가겠다”고 약속하며 부모를 위로했다. 방송을 지켜봤던 국회도 빠르게 움직였다. 11월27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민식이법을 의결했다.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곧 통과될 것으로 보였던 민식이법은 한국당에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면서 미궁에 빠졌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공직선거법 개정안, 유치원 3법,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을 포함한 약 200개 안건 전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고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면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오열했던 민식이 부모는 “이미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 두 번 죽였다. 아이들 생명을 정치 협상에 이용하지 말라”며 오열했다. 아이들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된 법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힌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여야는 서로 책임을 미루며 네 탓 공방을 주고받았다. ‘민식이법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여당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보였던 나 원내대표와 한국당 의원들의 회의에서 민식이법을 모욕하는 발언이 나온 것에 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은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눈물과 슬픔이 담겨 있는 법에 대해 희화화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식이법 논의 과정에서 어떤 맥락으로 ‘삼식이’가 등장한 것일까. 신원미상의 한국당 의원은 어떤 의미로 삼식이를 언급한 것인가. 겨울 제철 삼세기 매운탕이 먹고 싶어서였을까. 혹시, 하루 세 끼 먹는 삼식이가 꿈인가.
이재호 기자 ph@hani.co.kr블라블라
고래와 고뤠
새삼스럽게 2016년 고래고기 사건이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울산 소재 경찰은 한 창고에서 한밤중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래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을 포착한다. 그 양은 어마어마했다. 전국 고래고기 유통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27t이었다. 한국에서 포경 자체가 완전히 금지된 이후, 고래는 그물에 잘못 걸려 죽은 경우에만 검시 후 유통하고 허가증을 발급한다. 경찰은 상황만 봐도 불법임이 확실하다며 허가증을 요구하고 이들은 급하게 문서를 제시한다. 경찰은 식당 주인과 유통업자를 잡아들이지만, 검찰은 기소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고래고기를 돌려주고 관계자를 방면한다. 그해 말 DNA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고래는 불법 포획물임이 확실해진다. 다시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7년 9월 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고래고기를 돌려주도록 조치한 담당 검사를 직무유기·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하면서다. 경찰은 다시 수사를 시작했다.
지난 11월27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동생 비리 수사에 대해 ‘청와대 특감반 하명 수사’ 의혹을 내비쳤다. 울산경찰청은 김 전 시장 동생의 비리를 발각했음에도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이 문제였다고 51쪽짜리 보도자료를 내며 강하게 반발했다. 청와대는 특감반이 이 수사가 아니라 고래고기 수사를 위해 내려갔노라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청와대 비리 수사를 이어가면서, 불씨가 남은 갈등에 섶을 지고 뛰어드는 것 같다. 경찰은 검찰에 “숨진 특감반 수사관의 휴대전화기를 돌려달라”면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참회의 ‘고뤠’는 언제 나올까.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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