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평화통일, 일국양제의 원칙으로 홍콩과 마카오의 장기적인 번영과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월1일 오전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17주차로 접어든 홍콩의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나타낸 것이었지만, 같은 날 홍콩에선 ‘국경절 애도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 중 경찰이 쏜 실탄에 고등학생이 맞아 크게 다치면서 홍콩 사태는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았다.
홍콩의 대학교 학생회 자치언론이 촬영해 공유한 영상 등을 보면 10월1일 오후 췬완 지역 타이호 거리에서 발생한 총격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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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10여 명이 쇠막대 등으로 진압 경찰을 공격하자 지원 인력이 도착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게 시위대가 쇠막대를 휘둘렀다. 한 경찰이 주저 않고 총을 시위 참가자 가슴에 겨눠 방아쇠를 당겼다. 30㎝ 남짓 가까운 거리에서 정확하게 조준했다. 총성이 울리고, 총격을 입은 시위 참가자가 넘어지자 시위대가 빠르게 흩어졌다. 쓰러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시위대 중 한 명이 다가가자 다른 경찰이 발로 차며 제압했다.
총상을 입은 시위 참가자는 췬완 지역 고등학교 2학년생 쩡즈젠(18)이다. 그는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의 응급치료를 받은 뒤 퀸엘리자베스병원으로 옮겨져 총알 제거 수술을 받았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경찰이 쏜 총알 파편이 쩡즈젠의 왼쪽 폐에 박혔지만 다행히도 심장을 비켜갔다. 수술받은 쩡즈젠은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안정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경찰 당국은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생명이 위험한 순간이었고 사전에 경고했다”고 했으나, 경찰은 사전 경고를 하지 않고 바로 사격해 논란이 됐다. 경찰 당국은 이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쩡즈젠을 폭동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타이호뿐만 아니라 몽콕, 샤틴 등지에서 총 여섯 발의 실탄 사격을 했다. 이 중 네 발이 시위대를 조준해 사격한 것으로 보도됐다. 더 많은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홍콩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 180여 명을 체포했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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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홍콩 시위는 더 큰 격랑으로 빠져들었다. 10대 청소년이 총격을 당했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한 것도 청소년들이었다. 많은 청소년이 수업 거부에 동참했다. 10월2일 오후 시위대는 중국의 대표적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과 관련된 매장을 습격하고 기물을 파손했다. 일부 시민은 “우리 아이에게 총을 쏘지 말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경찰의 강경 진압이 논란이 되면서 9월4일 강제송환법 철회 이후 잦아들었던 홍콩 시위가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은 “중국의 건국절인 10월1일 정부가 총격으로 학생들을 진압하고, 홍콩인을 적으로 선언했다”며 대규모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 역시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맞섰다. 홍콩 현지 언론인 는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캐리 람 행정장관이 10월4일 내각회의에서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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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장례식
연합뉴스
미래를 향한 경고가 더 무섭다. 오키 빙하 장례식에서는 “오키는 최초로 빙하 지위를 잃은 빙하일 뿐이다. 200년 안에 주요 빙하들이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연설이 이루어졌고, 스위스에 모인 이들은 “알프스산맥에 있는 약 4천 개의 빙하 중 90% 이상이 21세기 말까지 녹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는 ‘최후의 빙하’가 붕괴돼 이목을 끌었다. 마을 뒤의 빙하가 무너지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그린란드 북부 해안에 있는 이 빙하는 1970년 관측 이래 그 자리에 있었다. 평균 두께가 4m였다.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2~4배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1981년보다 얼음의 양이 40% 적어졌고, 2030년 이후 여름에는 북극 얼음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한다. 북극 얼음지대가 녹으면서 그곳에 숲이 조성되고 있다고도 한다.
빙하(Glacier)는 강설량이 융설량보다 많은 지역에서 눈이 승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만들어진다. 전세계 빙하의 88%가 남극에 있다. 인류가 대부분 거주하는 북반구만 영향받은 걸까. 희망은 있을까. 2017년 2월 남극 빙하 역시 ‘사상 최소’라는 보고가 나왔다. 남극 빙하가 25년간 3조t 녹아내렸다고 한다.
지난해 붕괴가 포착된 ‘최후의 빙하’ 이름은 지구온난화에도 견딜 것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이제부터는 ‘온난화’라는 따뜻한 말 대신 ‘재앙’이라고 불러야 할까. 빙하 붕괴를 전하는 기사에서 기상학자는 “무섭다”고 말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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