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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다고 좋은 건 아니야

삼성의 ‘퍼스트 무버’ , 한국당의 ‘패스트 팔로어’
등록 2019-04-27 14:49 수정 2020-05-03 04: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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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는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분야와 시장을 개척하는 경영 전략을 일컫는 용어다. 반대로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추격자’ 전략을 뜻한다.

과거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어였던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 출시 이후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4월26일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로 선보이려던 접는 스마트폰(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 기기 결함 논란에 휩싸이며 이 전략에 타격을 입게 됐다. 삼성전자는 4월23일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갤럭시 폴드 출시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언론과 유명 유튜버 등에게 미리 공개된 시연 제품의 스크린에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4월15일(현지시각) 이후 갤럭시 폴드의 힌지(접히는 부분)에서 파편이 생기거나 스크린이 꺼져버린다는 사용 후기와 외신 보도가 계속 나왔다. 처음에는 “사용 중에 생긴 문제”라고 결함 가능성을 부인하던 삼성전자는 기기 결함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업계에서는 기술이 충분히 받쳐주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퍼스트 무버 전략을 추진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접는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강화유리 대신 투명폴리이미드(CPI) 필름을 갤럭시 폴드에 적용했다. 애플이 내구성 확보를 위해 ‘구부러지는 유리’ 개발에 투자하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과 비교된다.

무리한 퍼스트 무버도 문제지만 안이한 패스트 팔로어 전략도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가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67명 등 국회의원 70명은 4월24일 서울중앙지검에 박근혜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석방)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침묵이 만든 오욕의 역사를 지적했던 밀턴 마이어의 경고를 떠올리면서, 나치 당시 아우슈비츠를 묵인했던 저들의 편견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잔인한 폭력을 묵인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이나 한 치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법부 판결에 따른 수감 생활을 나치의 강제수용소인 ‘아우슈비츠’에 빗댔다. 김무성 의원 등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가 자유한국당을 떠나기도 했던 ‘복당파’ 의원들도 청원서에 이름을 올렸다. 일찍부터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했던 대한애국당과 ‘태극기 부대’를 자유한국당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이들이 사로잡으려는 ‘소비자’는 누구일까? 4월25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신청을 불허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블라블라/ 의 김진수 단장


생선가게 고양이


“(2016년) 중국의 (유전자가위) 엔지아고 문제가 중국 사회에서 국가주의로 번지지 않은 것은 한춘위 교수가 메이저 대학 출신이 아닌 변방의 어느 대학 출신이다보니 학계에서도 인정을 하지 않고 주류 과학자들이 반대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의심을 많이 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황우석 사태는 서울대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발언은 중국에서 개발했다던 유전자가위가 실험실에서 재현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던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중국도 학력 차별이 심하다? 추문도 서울대에서 시작하면 선도적이다? 이 말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발언은 서울대 ‘석학’ 23명의 ‘기술과 함께하는 인간의 미래’라는 부제가 붙은 이라는 책의 일부다. 서울대 이정동 교수를 주축으로 유전기술, 에너지, 인공지능, 교육 분야에서 ‘초협력시대의 집합 지성’을 펼친 ‘한국의 미래’ 프로젝트의 4년간 성과가 집대성된 책이라고 한다. 앞의 발언은 유전기술에 관한 좌담회에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한 말이다.
김 단장은 책에서 계속 한국에서 “생명체인 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는 것” “보관된 배아를 얼려죽이는데… 시험관아기 자체가 대규모 살인” 등의 이야기를 한다. 한국에 배아 연구 실험 규제가 여전한 것은 생명체에 대한 윤리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다. 서울대에서 벌어진 황우석 사태 영향이 크다. ‘생명윤리’뿐 아니라 ‘연구윤리’를 내팽개친 스캔들이었다.
그런데 유전공학자가 생명윤리를 객관적으로 운운할 수 있을까. 대부분 유전공학자들은 실험이 계속되기를, 그리고 자신이 하는 일이 ‘선의’이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니 김진수 교수가 인간유전자 연구가 “인간 존엄성”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열심히 한 일이 결국 ‘선의’가 아니었던 것은 인간 역사에 차고 넘친다. 쉬운 말로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지키는 일이다. 게다가 “기술 발전은 정치와도 관련 있”(30쪽)다는 ‘혜안’ 정도가 아니라 정부 지원을 받아 이뤄낸 특허기술을 자신이 소유한 기업의 것으로 등록하는 행위를 하는 생명과학자의 말이라면 더욱더.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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