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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과 황교안의 숨바꼭질

설렁썰렁
등록 2019-06-22 15:19 수정 2020-05-03 04:29
한겨레 강창광 기자

한겨레 강창광 기자

<font color="#008ABD">“윤석열이 황교안을 등원시켰다.”</font>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한 자유한국당이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는 참여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나온 말이다. 그 배경을 황교안 대표와 윤 후보자의 악연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공개된 사례는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둘러싼 충돌이었다. 당시 수사팀장이던 윤 후보자가 국정감사에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 그는 박범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font color="#008ABD">“황교안 법무부 장관하고도 관계가 있나”라고 묻자,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font>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 대표가 수사 외압의 배후라는 취지였다. 황 대표는 다음날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사팀) 의견에 관해서 압력을 넣거나 부당하게 수사 못하게 하거나 이런 일 없다”고 반박했다. <font color="#008ABD">황 대표는 2014년 장관의 인사권을 행사해 윤 후보자를 한직인 대구고검 검사로 보냈다. </font>이후 황 대표는 국무총리로 정점에 올랐지만 윤 후보자는 한직을 돌았다.

하지만 2016년 말 반전이 일어났다. 국정 농단 특별검사팀이 출범하면서 윤 후보자는 수사팀장으로 발탁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로 황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윤 후보자는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악연이 있다고)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고 답했다. 특검팀은 당시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황 대표는 허가하지 않았고 수사 기간 연장도 거부했다.

<font color="#008ABD">둘의 악연은 2007년 삼성 비자금 수사 때 시작됐다</font>는 말도 있다.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삼성 ‘떡값 검사’ 실태를 폭로한 것과 관련해 당시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파견된 윤 후보자가 황 대표 관련 의혹을 조사했다는 것이다. 이후 조준웅 삼성 특검팀은 황 대표 관련 의혹을 내사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황 대표는 한 일간지가 2013년 삼성 떡값 수수 의혹을 보도하자 “사실무근”이라며 소송을 냈다. 기사는 황 대표가 1999년 서울중앙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장 시절 삼성 쪽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북부지청 형사5부는 삼성 임직원들이 연루된 성매매 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 검찰은 삼성 직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황 대표는 일간지를 상대로 2심까지 승소했으나 대법원 심리 중에 소를 취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 대표와 윤 후보자는 검찰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은 없다. 황 대표는 공안통(공안수사 경력이 많은 검사), 윤 후보자는 특수통(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으로 분류된다.<font color="#008ABD"> 12년 동안의 악연이 이번 청문회에서 어떻게 결말이 날지</font> 벌써부터 관심이 모인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font color="#A6CA37">블라블라</font>


아티스트


마영신 만화가가 다음 웹툰에 연재한 가 책으로 나왔다. 표지(사진) 왼쪽부터 그림 그리는 곽경수, 음악 하는 천종섭, 소설 쓰는 신득녕이다. 화려한 혹은 초탈한 듯한 ‘아티스트’ 뒷면의 현실적인 ‘꼬라지’를 전시했다. 곽경수는 현학적인 말로 작품을 해석하고, 다른 이들의 작품에 무자비하지만 어떻게 줄을 잘 서고 돈을 벌 것인지만 생각한다. 천종섭은 음악보다 글에 더 소질이 있고 그 소질을 신득녕이 발견해 발휘되지만 인기 작가의 궤도에 오르자 자신의 행운에 취해서 다른 사람을 보지 못한다. 신득녕은 댓글에서도 알 수 있듯 독자들에게 ‘아티스트’ 영혼을 가진 것으로 추앙받는다. 예술적 모험을 하고, 자신이 창간한 잡지의 이득을 n분의 1로 나누며 재산 형성에 관심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교묘하게 다른 이들을 모략 혹은 자신의 정의를 위해 복수한다. 현실적인 묘사와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진행이 눈에 띄었다. 예술원장 후보의 비밀을 반대 진영에 가져간다든지, 원로의 애인 성추행 뒤 보이는 남성연대라든지, 표절이 샘플링·오마주로, 도작이 처세술로 둔갑하는 것이라든지. ‘아티스트’란 말은 예술가와 다르게 고고한 느낌이 든다. ‘참이슬’을 먹지만 안주는 먹지 않을 것 같은 ‘아티스트’라는 고귀한 이름 뒤에 숨은 얼굴을 들춰냈다.
정우성씨가 2016년 이정재씨와 만든 회사도 ‘아티스트’다. 말을 잘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라는 사석의 증언이 잇따르기는 했지만 그가 소신을 이렇게 강하게 밀고 간 것은 매니지먼트에서 자유롭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자리를 맡은 뒤 난민이 생겨나는 세계 각국의 분쟁 지역을 자비로 다녀오고 그들의 사정을 소상하게 청취했다. #난민과함께 긴 여정의 쉼표를 그에게 맡긴 것도, 긴 시간 대담에서 한 발언을 가감 없이 지면에 펼친 것도 그의 ‘아티스트’ 뒤편도 들출 만해서다. 실제로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고 언론에 났다. 배우 생활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술을 먹어도 ‘안주’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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