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9일 국정 농단 사건에 대법원 선고가 진행됐다. 재판을 보이콧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선고 결과를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상황에 맞지 않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유명했다. 이에 대한 분석은 분분하지만 유체이탈 화법은 언제나 공통의 효과를 노린다. 바로 ‘책임 회피’와 ‘물타기’다. 책임을 회피하고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이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유체이탈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는다.
8월28일 서울시청에서 옥시레킷벤키저(옥시RB)와 LG생활건강에 대한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렸다. 옥시RB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은 전체 가습기살균제 판매량 중 55%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팔린 제품이다. 하지만 청문회 자리에서나온 박동석 옥시RB 대표이사는 가습기살균제로 고통받은 피해자들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았다. 박 대표이사는 사과하면서도 “처음 제품이 출시됐을 때 정부기관에서 보다 안전한 기준을 만들고 철저히 관리·감독을 했다면 과연 오늘날과 같은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싶다”고 자신들의 잘못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여 피해자들의 분통을 터트렸다. (물론 역대 정부 책임도 크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이 “기업 차원의 전향적 대책을 밝혀달라”고 질타하자, 박 대표이사는 “이렇게 복잡한 문제에 저희가 단독으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끝내 답을 피했다.
‘책임 회피’에 온 힘을 쏟은 것은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8월27일 청문회에선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과 제품을 판 애경산업이 가습기살균제 문제 대응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청문회에서 공개된 두 회사의 회의록(2017년 10~11월)을 보면 “김앤장에 개정안 내용을 비판하는 의견서 작성을 요청한 상태로, 야당 쪽 의원 등에게 적어도 올해 안에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줄 것” “일부 보수 매체를 선정해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 보도될 수 있게 조치” 등의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청문회에서 피해자들 배·보상 문제나 재발 방지 대책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이유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2011년 피해자들이 드러나면서 세상에 알려진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8년 동안 정부에 접수된 피해자만 6500명이 넘고, 이 가운데 사망자는 1400명이 넘는 사회적 참사다. 청문회에 나온 기업들은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여전히 피해자만 존재하고 ‘가해자’는 없는 ‘한국적 사회적 참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청문회 중 황필규 특조위 위원의 발언을 가해자들이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진실을 밝히고 구체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와 피해자 구제 대책을 이야기하는 게 사과다.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다 사과가 아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블라블라
델몬트 물병
미국의 ‘트로피카’가 비슷한 형태를 선보였지만 가로로 넓적한 병의 형태는 독보적이었다. 유리병에 든 보리차는 특별히 시원했다. 가로로 길어서 안정적이고 손잡이에 홈이 있어 미끄러지지 않았다. 마치 물병으로 개발된 것인 양. 는 2017년 유리병이 (집 안에서 물병으로 쓰느라) 회수되지 않아 생산되지 않는다는 세간의 소문을 확인했는데, 롯데칠성음료 쪽에서 고객이 가벼운 페트병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스병 디자인을 본뜬 물병이 4500원가량에 팔리기도 하고 사용하던 유리병을 ‘빈티지’라며 중고로 파는 사람들도 있다. 한참 쓰던 물건이지만 ‘오리지널’을 강조한다. 가격은 2만원도 있고 6만원도 있어, 주스 든 것보다 비싸다.
진로 레트로(복고)가 옛날 디자인 그대로 재발매되고 공들인 시아이(CI·글자디자인)인 비빔면의 옛날 버전이 ‘네넴띤’으로 재출시되는 등 레트로 열풍 속에 유리병 주스 출시 요구도 높았다. 롯데백화점이 롯데칠성 델몬트와 함께 주스병과 컵이 든 선물세트 ‘델몬트 뉴트로 선물세트’를 3천 개 한정수량 발매했다. “굿즈를 샀는데 책이 따라왔다” 비슷하게 “물병을 사면 주스가 따라온다”. 2만1900원짜리(9월26일까지 1만9900원으로 할인판매) 세트의 유리병은 주스가 들어 있지 않은 빈 병이다. 180㎖짜리 오렌지주스 2병이 함께 들어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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