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중에 눈에 띄는 글이 있어서 여러분께 소개한다. ‘어찌 보면 문통(문재인 대통령)이 낫다더라, 세월호 1척 가지고 이긴.”
정미경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7월15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한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12일 전남도청에서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한 발언을 누리꾼 댓글을 인용해 조롱한 것이다. 한-일 갈등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당직자 중 일부는 이 발언에 웃음을 터뜨렸다.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일제히 “막말”이라는 비판 논평을 내놨고, ‘막말 논란’ 보도가 잇달았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보아온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막말 논란의 ‘단골 주연’이던 자유한국당이 “막말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반격에 나섰다.
자유한국당 미디어국은 정 위원의 발언 뒤 기자들에게 “막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유한국당 입장”이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관련 보도 30여 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보도를 신청할 계획임을 알려드린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당사자인 정 위원도 당 회의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세월호라는 단어만 들어가기만 하면 막말인가. 도대체 무슨 내용이 막말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연거푸 던졌다.
이 질문에 정색하고 따져봐야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지만 질문을 던졌으니 답을 찾아본다. ‘막말’의 사전적 정의는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이다. 사전적 정의만 따지면 정 의원의 발언은 막말이 아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끊임없이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조류독감’에 빗대어 폄훼해왔고, 올해도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정진석 의원) 등 세월호를 정치적 발언에 꾸준히 ‘활용’해왔다. 그때마다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 때문에 정권을 내줬다”는 이들의 그늘진 인식이 확인됐을 뿐이다. 정 위원의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나오는 대로 함부로 속되게 말한 것’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인식은 일관되고, 변한 게 없다.
‘세월호 한 척 발언’에 앞서 정 위원은 7월11일 <폴리뉴스> 인터뷰에서 “제가 볼 때는 막말과 막말이 아닌 것의 기준은 그거 같다. 팩트냐 아니냐”라고 막말을 정의했다. 이제 정 위원이 답할 차례다. 정 위원의 발언은 팩트인가 아닌가? 질문은 계속된다. 일본 일부 정치인들의 망언에 가까운 과거사 발언은 막말인가 아닌가, 팩트인가 아닌가? 현재 아베 신조 총리 등 일본이 한국에 퍼붓는 강경 발언은 막말인가 아닌가?
자유한국당 미디어국의 ‘막말 감별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표현한 김순례 의원이 징계를 끝내고 7월19일 최고위원으로 복귀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블라블라
이단아
라디오 프로그램에 토론 패널로 가끔 참가한다. 최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정두언 전 의원을 스치듯 만났다. 반가웠지만 악수조차 제대로 할 시간이 없었다. 그날 방송국을 나서면서 앞선 토론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그의 날선 비판을 듣고는 “역시나” 싶었다. 정 전 의원의 부고를 들은 7월16일, 그가 전날 다녀간 라디오 부스에 앉았다. 프로그램 시작 직전 전해진 소식에 제작진부터 출연자까지 황망해졌다. ‘풍운아’란 별명을 얻게 된 그의 정치 인생 얘기가 오갔다.
현재 국회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와 같은 캐릭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그가 이끌던 쇄신모임 같은 소장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다른 의견이 도드라지지 않는 것은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풍운아를 넘어선 이단아였던 셈이다. 사안에 따라 그는 진보적이기도 했다. 소수자를 향한 열린 시선은 그의 평소 소신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나 개인적으로는 동성애 문제에 대해 매우 전향적이라 자부한다. 인간의 삶에서 의식주 이상으로 소중한 것이 사랑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어느 인간에게서 사랑할 자유나 권리를 빼앗아버린다면 그것은 거의 살인 행위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끝났다”거나 “비정규직은 양극화의 최대 희생자”라는 그의 말은 방법론의 차이를 고려해도 귀담아들을 만했다. 이 말을 한 시기가 이명박 정권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20대 국회처럼 혐오와 배제의 언어로 극단의 표심을 사려는 정치 현장에서는 듣기 힘든 말들이다. 그래서일까. 정 전 의원에 대한 추모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7월 노회찬 의원을 떠나보낸 지 1년 만에 ‘말 되는’ 정치인을 하나 더 잃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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