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 명 때문에 팀 분위기가 엉망이다. 걸핏하면 지각에 행사가 코앞이라 팀 전체가 정신없는 중에도 본인 휴가는 꼬박꼬박 챙긴다. 한번은 반려를 했더니 당일 아침 아파서 출근 못한다는 문자를 남기고는 기어코 휴가를 쓴다. 그때마다 엉뚱하게 피해를 보는 다른 직원들 불만도 상당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기적인 직원으로 인한 불만은 동료의 입장에서도, 관리자의 입장에서도 골치 아픈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일단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다른 직원에게 피해가 간다는데 그래봐야 전화 몇 번 당겨 받는 정도이고, 하루 이틀 대신하는 업무의 수준이 대단할 리도 없다. 물론 상대는 수긍하지 않는다. 몰라서 그렇지 피해가 막심하고 그 한 사람 때문에 전체가 몇 달을 고생하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다음 의문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팀이 문제적 직원에게 매우 의존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회장의 와병과 부회장의 구속이 동시에 벌어진 중에도 대기업이 멀쩡하게 돌아가는데 겨우 직원 한 명 없어서 전체가 고생하는 구조라면,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의문은 더 있다. 성실하게 일하던 옆자리 동료가 하루아침에 해고당한다 해도 우리는 똑같이 반응하게 될까? 앞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자면 그가 없으면 전체가 힘들어진다고 해고를 막아서야 한다. 묵묵히 일하던 수많은 계약직원이 기간 종료와 함께 칼같이 내쳐지고, 특출하진 않았어도 빠지는 거 없던 관리자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강요된 퇴직을 받아들이는 경우를 바로 옆에서 수없이 봤고 당사자로서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속이야 복잡하겠지만 겉으로는 모두 애초 없던 사람인양 평온히 자기 업무를 한다. ‘이기적인 직원의 잠깐 동안의 부재’에 들끓는 불만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처음부터 이런 생각이었던 건 아니다. 나 역시 잦은 지각과 휴가에 병가까지 탈탈 털어 사용하는 동료들에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이기적이라는 그들에게 갖게 되는 불만의 상당 부분은 개인보다 전체를 우선해야 한다는 조직 논리로 스스로 과장한 면이 있다는 자각을 하게 됐다.
누군가의 지각과 휴가가 정말 중요한 공백을 가져온다면 충원을 요구하든 업무처리 구조를 바꾸든 해야 한다. 사소한 공백이라면 그냥 놔두었다가 그가 복귀해서 처리하도록 하면 된다. 내가 말단이라 이른 바 ‘폭탄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 해 내려고 애쓸 필요 없다. 정말 중요하면 신경 써서 처리해주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갖고 있다가 출근했을 때 돌려주면 된다. 대부분은 갖고 있다 돌려주면 되는 일들이다. 뭐라도 진척시켜둬야 할 것 같은 부담도 가질 필요 없다. 다 자기 욕심이고 그 욕심이 문제를 과장하게 만든다.
관리자 입장이라도 마찬가지다. 과장급 팀원 한 명은 주간회의에 항상 늦었다. 늦게 와서도 다이어리를 놓고는 유유히 커피를 타러 탕비실에 갔다가 느릿느릿 자리에 앉았다. 그가 본부장의 총애를 받다보니 더욱 밉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가 잡무를 맡지 않으려는 것도, 다른 직원 업무에 거침없이 의견을 내는 것도 곱게 보일 리 없었다. 전임 팀장이 가끔 주의하라고 경고해도 달라지지 않았고,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새로 팀장을 맡아 몇 번 회의를 한 뒤 생각해봤다. 그가 본부장 사람인 것도, 회의에 늦는 것도, 양해를 구하지 않는 것도 다 사소했다. 아니, 주간회의 자체가 사소했다. 이까짓 게 뭐라고.
그래서 처음 몇 번은 기다렸고, 다음 몇 번은 그냥 회의를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회의하러 들어가면서 “과장님은 저희 회의하는 동안 팀 전화 좀 받아주세요” 하고 회의에서 배제했다. 이후 그도 조금 변했고 팀원들도 그에게 훨씬 너그러워졌다. 과장으로 인한 팀 내 갈등이나 긴장이 사라졌다. 사소한 문제는 사소하게, 중요한 문제는 중요하게 처리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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