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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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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팀장은 불가능하다

위에서 치이고 아래서 받치는 팀장의 생존법
등록 2019-02-03 01:37 수정 2020-05-03 04:29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직장생활 10년 만에 팀장이 됐다. 팀원은 어제까지 가깝게 지내던 동료들로 내게 기대를 갖고 있고, 나 역시 전임 팀장들에 대한 불만을 잘 아는 터라 그들을 반면교사 삼아 좋은 팀장이 되리라 다짐했다. 그렇게 열심히 두어 달을 보내는데 뭔가 편치 않다. 팀원들과 전 같지 않은 거리감도 느껴지고 내가 잘하는 건지 자신이 없다.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

좋은 팀장. 처음 관리자가 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품는 환상이자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하는 늪이다. 좋은 팀장이 되겠다는 다짐도 사실은 부질없지만 그 기준을 타인의 시선, 특히 팀원들의 지지에만 두는 게 문제를 만든다. 이상하게 직장에서 상급자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곱게 안 보면서 하급자들로부터 인정받겠다고 하면 격려를 넘어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한다. 그래서 하급자들의 지지를 받는 팀장이 좋은 팀장이라는 도식에서 더 못 빠져나오는 것 같다. 상급자를 대상으로 하든 하급자를 대상으로 하든 인정욕구라는 면에서는 같은데 말이다.

내 동료도 좋은 팀장이 되겠다는 결심을 해버렸다. 소소한 불만도 크게 마음을 쓰면서 결정 하나하나에 팀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려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별 탈이 없어 보였으나 인사고과 결과가 나오자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최저점을 받아든 팀원뿐 아니라 생각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팀원까지 불만이 넘쳤다. 잔혹한 얘기지만 팀원들의 지지는 그들의 이해와 부합할 때 지속가능하다. 한데 팀장은 인사고과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팀원의 이해에 반하는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생긴다. 그때마다 지지는 철회될 수밖에 없다.

나라고 달랐겠는가. 정신이 들게 한 건 믿었던 팀원들이었다. 나와 경쟁관계인 팀장과 술을 마신 것도 서운한데, 그가 내 험담을 하는 동안 “그렇지는 않은데요” 겨우 한마디 하고 말더란다. 하기야 팀원들 처지에선 언제 그를 팀장으로 만날지 모르는데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 내가 상급자들과 부딪치기라도 하면 구분선은 더 선명해진다. 직장이라는 곳에서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항상 팀장 편에 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까지 받아들여도 남는 괴로움이 있다. 어제까지 의기투합하며 지내온 팀원들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이다. 팀장과 팀원의 거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팀장이라는 지위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선 자리가 달라졌기에 풍경이 달라지고’ 공감대가 달라진 거다. 팀 전체의 미움을 받던 직원이 있었다. 팀장은 1년간 골치를 앓다가 그를 한직으로 보내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 어제까지 밥도 같이 안 먹으며 그를 미워하고 팀장을 안쓰러워하던 팀원들은 한순간에 돌아섰다. “너무한 거 아니야? 그렇게 따지면 팀장은 한 게 뭐 있어. 팀장도 관리 소홀로 같이 강등시켜야지!” 팀원들은 팀장의 고뇌보다는 팀장의 결정으로 ‘한순간에 밀려난’ 동료에게 더욱 공감하기 마련이다.

처음 팀장이 되면 나 자신을 놓치기 쉽다. 상급자가 됐든 하급자가 됐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팀장이 되려 할 필요 없다. 좋은 팀장의 전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스타일’이 있을 뿐이다. 내 스타일을 찾는 게 우선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하라. 팀원들의 지지는 따라오는 거지 좇는 게 아니다. 당신은 당신의 눈치만 보면 된다. 그게 당신을 당당하게 만들 것이다.

윤정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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