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연구소장은 우리 팀의 역할에 의문을 갖고 있다. 아무리 설명해도 자료 조사만 하는 팀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바꿀 수가 없다. 급기야 지난해 인사고과에서 우리 팀이 바닥을 깔았고 승진 대상자들도 모두 탈락했다. 이대로라면 팀이 해체될 것 같은데, 그동안 소장과 대립하며 밉보인 팀장도 걱정이고 아직 경험이 충분치 않은 후배들도 걱정이다. 이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정리하면 팀장도 걱정이고 후배도 걱정인데 나는 괜찮다는 내용 같다. 실제로도 그럴까? 그럴 리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식의 고민을 자주 한다. ‘나는 상관없는데’ ‘나야 여기 뜨면 그만인데’라는 말로 시작하는 고민 말이다. 왜일까. 내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마주하는 게 두렵기 때문인 것 같다.
문제 해결의 시작은 객관화다. 상황 인식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온다. 한데 이 과정이 늘 아프다. 부족함을 넘어 지질하기까지 한데 인정욕구는 넘치고, 그러면서도 위험부담은 조금도 지려 하지 않는 비겁한 나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게 힘들어 우리는 상황을 마음대로 해석한다. 얘도 걱정이고 쟤도 걱정이고 팀도 걱정인데 나는 상관없다고. 그 결과 자신은 돌보지 않고 주변만을 걱정하는 엄청나게 미화된 내가 남는다. 그리고 객관화를 했다고 착각한다.
비관하고 자학하자는 게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완전할 수 없다. 객관화는 내가 놓쳤던 것, 몰랐던 것을 알아차리는 과정이어야 한다. 부족한 나를 마주하겠다는 용기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내가 달라져야 지금까지와 다른 대처를 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거기에 있다.
동료 팀장은 수시로 나를 찾아와 팀원들과의 불화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물었다. 그런데 한참 고민을 토로하다가도 “그래도 팀장인 내가 감싸야 하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그만둘 것”이라는 얘기만 반복했다. 그는 초라한 자신을 마주할 생각이 없었다. 사실은 팀원들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것도, 팀 내부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 자신의 리더십이 의심받을까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하는 중이라는 것도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객관화를 하다보면 자신의 두려움이 과장됐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만두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보이기 시작하고, 뭘 하든 걱정하던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는 계약 종료 한 달 전 퇴직 의사를 밝혔다. 자동 연장이 관행이었기 때문에 회사는 오히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고 여겨 사표를 수리했다. 그는 당황했다. 실제로 그만둘 생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표가 만류해서 어쩔 수 없이 다닌다고 주장할 요량이었다. 상황 인식이나 해법이나 황당하기만 했다. 나를 빼고 하는 고민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나는 괜찮은데 그래도 고민이 된다면 잘 생각해보자. 혹시 소장과 팀장 사이에서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다 양쪽에서 미움을 살까 걱정되는 건 아닌가. 그렇다고 나서기도 두려운 건 아닌가. 정말 팀이 해체됐을 때 일을 새로 가르치기도 막 부리기도 애매한 연차인 나야말로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마주하는 일이 두려운 건 아닌가. 내가 무엇을 회피하려 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그걸 마주하는 일이 고민 해결의 시작이다.
<font size="2">*조직 논리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더 불편한 분들은 susanghancenter@gmail.com으로 상담 사연을 보내주세요.</font>윤정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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