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구회에서 사무·회계 업무를 10년째 하고 있다.
재향군인회는 1952년 제대 장병 3만여 명을 회원으로 창설된 친목단체로 본회라는 중앙회, 산하 광역시도회, 시군구회가 있다. 전국 300여 시군구회에 명예직 회장단이 있고, 재향군인회가 채용한 사무국장과 직원이 일한다. 2009년 입사한 그는 큰 불만 없이 지내왔다.
새로 취임한 구회 회장이 평소 가까웠던 사람을 사무국장으로 부른 뒤부터 평화가 깨졌다. 사무국장은 회장님 뜻이라고 그에게 그만둘 것을 요구하며 몇 달 동안 괴롭혔다. 그는 억울하고 분했다. 재향군인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승소해 복직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부당해고 신고 뒤 보복 시작</font></font>지난해 9월이었다. 사무국장은 급여결의서를 쓸 때 보훈처 증빙용 급여 대장에 활동비 내용을 넣으라고 했다. 회계 담당자인 그는 규정을 들어 별도 결의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 사무국장은 “회계 책임자인 국장이 하라면 하지, 뭘 그렇게 안 되는 이유를 구구절절 말하느냐. 어디 건방지게 국장 앞에서 토를 다냐?”고 30분간 소리쳤다. 그는 규정을 어기라는 막무가내 지시와 고함에 눈물을 쏟았다. 사무국장은시회 총무차장과 통화했고, 활동비 내용을 넣으면 불법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그의 억울함이 풀어졌지만 사과는 없었다.
다음날이었다. 그는 사무국장에게 인감증명서와 서류를 찾으러 시회를 방문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사무국장이 “업무 보러 갔으면 빨리 와야지 왜 근무시간에 노닥거리다가 늦게 오냐. 전날 허락받고 가야지, 아침에 문자 하나 달랑 보내고 가는 버르장머리는 어디서 배운 거냐?”고 소리쳤다. “야” “너” “네까짓 게”라는 반말과 모욕을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예의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새해에도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정기총회 식사 자리에서 종업원과 식사 인원으로 다툼이 있었을 때 국장 편을 들지 않았다며 화를 내더니, “십팔×, 개 같은 ×,돼지 같은 ×”이라는 욕설을 퍼부었다. 기가 막혀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는 또박또박 말했다. “말씀 조심해주십시오. 여기는 사무실입니다. 어디 이렇게 말씀을 쓰레기같이 하십니까?”
사무국장의 갑질은 계속됐다. 9년 동안 쓰고 있는 자리를 당사자와 상의도 없이 옮기라고 했다. 협의회장 견학 계획을 알려주지 않았고, 허리 숙여 공손한 자세로 결재를 받으라고 했다. 지난 5월이었다. 사무실 컴퓨터가 느려 포맷을 하기로 했다. 며칠 뒤 사무국장은 협회 그룹웨어가 없다며 “즐겨찾기가 없어지면 과장이 알아서 백업을 해놔야지, 그런 기본도 없느냐?”고 했다. 자신이 컴퓨터를 모른다고 골탕 먹이려 일부러 그런 거라며 “×팔,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소리쳤다. 참다 못한 그가 “국장님이 뭘 그리 참으셨냐?”고 대들었다. 사무국장은 “뭐 이런 개 같은 ×이 다 있어. 십팔×아”라며 쌍욕을 내뱉었다. 그가 “다 녹음했다”고 하자, 분노가 폭발한 사무국장이 얼굴을 들이대며 소리쳤다. “그래, 이 개 같은 ×아. 내가 잘 들리게 해줄게, 이 십팔×아, 개 같은 ×아.” 그는 생명에 위협을 느꼈고, 112에 신고하고, 구회 회장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인사권이 있는 상급회에 즉시 이 사실을 알리고 조속한 근무지 변경과 해결 방안을 요청하라고 했다. 구회 회장은 지난 일은 덮고 오늘부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자고 했다. 사무국장은 막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법적 소송 제기하라는 상급단체</font></font>사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사무국장은 계속 모욕을 주고, 괴롭혔다.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해 그를 감시했다. 성적 모욕과 성희롱도 끊이지 않았다. 그는 심한 불안과 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매일 출근해 작은 사무실에서 사무국장과 마주 앉는 일은 죽을 만큼 괴로웠다. 면담을 세 번 했지만 구회 회장은 “같이 일하다보면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상급단체인 시회와 본회에 언어폭력, 성희롱, 위계에 의한 갑질을 공정하게 처리해달라고 진정했다. 시회는 “상호 주장이 상반돼 처분 결정을 유보했고, 귀하께서 법적 소송을 제기해 범법 행위가 드러날 경우 규정대로 처분하겠다”며 사무국장에게 구두 경고를 하는 것으로 끝냈다. 최상급단체인 본회는 “귀하의 심적인 고충과 어려움에는 충분히 공감되지만 현재로서는 법 규정상 시군구의 임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있는 ○○구회장과 ○○시회장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결론은 쌍방이 경위서를 쓰는 것이었고, 그의 사유는 ‘조직체계 문란’이었다.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 없었다. 전국 시군구회에서 사무회계를 담당하는 여직원들이 상사의 폭언과 갑질을 당했을 때 자신처럼 2차, 3차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용노동부에 언어폭력과 성희롱으로 진정서를 냈다.
지난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가보훈처 운영지원과장의 부당 특별 승진 수사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보훈처 과장은 ○ 주무관을 고발자로 지목했다. 과장은 차관회의 때 부처별로 가짜뉴스에 엄중 대응하라고 했다며 게시글을 내리지 않으면 수사 의뢰와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가짜뉴스 유포 등 범죄행위에 처벌하고 댓글을 단 연루자까지 처벌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는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부처에 소문이 퍼졌다. 사내 커플인 남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저는 터무니없는 누명에 대한 억울함, 면담 과정에서 당한 굴욕감과 모욕감, 인사상 불이익 등에 대한 공포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당했고, 심지어 정신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으며, 사내 커플인 제 남편도 똑같은 고통 속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는 직장갑질119에 전자우편을 보냈고, 국회의원실에 제보했다.
직장갑질119 제보자들은 폭행·폭언·괴롭힘 등 1차 갑질보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보복을 당하는 2차 갑질을 더 두려워했다. 임원에게 상사의 갑질을 신고했더니 참으라고 하거나, 상사에게 알려줘 더 괴롭힌다는 제보가 적지 않았다. 회사 때려치우고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용기가 없으면 참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3법)은 갑질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쪽짜리 법이다. 대신 ①누구든 사용자에게 신고 ②신고 접수시 지체 없이 사실 확인 조사 ③근무 장소 변경 등 피해자 보호 ④필요시 피해자 휴가 ⑤사실 확인시 피해자 의견 수렴, 행위자 징계(분리) ⑥신고자 불리한 처우 금지 등 ‘직장 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를 해야 한다. ⑥항을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천 명에게 68개 항목의 갑질측정지표를 조사한 결과 “회사가 가해자로부터 직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항목에 응답자 53.9%만 “그렇지 않다”고 했다. 많은 직장인이 정부 부처를 찾는 대신 직장갑질119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제보자 보호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경찰을 찾았다가 신고자가 드러나 불이익을 당한 사례를 숱하게 들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정의가 모호하고 혼란을 준다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자유한국당 이완영·장제원 의원이 쌍수 들고 반대한단다. 이거 우쫠?(직장갑질 제보 gabjil119@gmail.com, 후원계좌 010-119-119-1199 농협)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직장갑질119운영위원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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