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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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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사람 새끼야” 막말 대표는 사람이냐

직장갑질 제보자들, 대표의 막말에 퇴사 결심한 애견 매장 직원

여성혐오·학력비하 발언 들으며 자괴감에 자살 시도까지
등록 2019-05-30 18:52 수정 2020-05-03 04:29
반려견 놀이방에서 직원들이 강아지를 돌보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장소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반려견 놀이방에서 직원들이 강아지를 돌보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장소다. 한겨레 박미향 기자

반려동물이 아파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1층에서 애견미용도 하고, 애견카페에서 놀기도 하고, 사료를 사기도 했다. 애견 매장에서 파는 사료는 수백 가지였다. 입사 첫날 실장은 그에게 두꺼운 팸플릿을 던져줬다. 사료 종류를 외우라고 했다. 위장관 장애가 있는 애완동물의 치료용 사료 가스트로 인테스티날을 비롯해 가스트로 종류만도 수십 가지였다. 주로 프랑스 회사 로얄캐닌과 미국 힐스사 제품이 많았다. 실장은 인기 있는 제품의 이름부터 외우게 했다. 판매 업무만 한 게 아니었다. 애완동물들의 대소변을 치웠고, 대형 트럭에 실려 오는 무거운 사료를 지하로 날랐다. 직원들 차번호를 외워 주차관리까지 해야 했다.

애견문화 복합공간은 24시간 문을 열었다. 입사 초기에는 점심을 매장에서 먹었다. 그런데 손님이 오면 먹던 걸 황급히 치우고 물건을 팔아야 했다. 한번은 밖에 나가 마음 편히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대표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손님이 많으니 빨리 들어오라고 했다. 짜증이 났지만 계속 일하고 싶어서 남은 밥을 입에 쏟아넣고 매장으로 달려갔다.

매장에서 밥 먹으며 24시간 문 여는

어느 날 손님이 없어서 카톡을 보고 있었다. 누군가 소리치는 게 들렸다. “야, 씨발놈아. 업무 시간에 누가 카톡 보라고 했어?” 매장 대표였다. 확인해보니 폐회로텔레비전(CCTV)으로 감시하고 있다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걸 보고 뛰어온 것이었다.

대표는 입에 욕을 달고 다녔다. “야 이 새끼야” “씨발 새끼야” “니가 사람 새끼야”라는 욕을 수시로 내뱉었다. 학교 후배인 직원에게조차 “아, 이 새끼. 하여튼 이 새낀 패야 말을 들어. 패야 돼”라고 말했다.

야간수당도 주지 않고, 입사 첫 달 수습사원이라고 최저임금의 90%만 주는 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 때나 욕하고, 직원을 사람 취급 하지 않는 건 견디기 어려웠다. 하루에 한두 번도 아니었다. 열 번 이상 쌍욕을 들은 날도 있었다. 순호씨는 “이 사람 인성은 썩었구나, 오래 일할 곳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갑질만이 아니었다. 애견 매장에선 의약품을 팔지 못하는데, 병원과 동업하는 매장이라는 이유로 의약품을 팔았다. 대표는 일반 사료보다 이윤이 많이 남는 의약품 사료를 주력 상품으로 팔라고 했다. 설사하는 강아지가 먹어야 할 사료를 췌장이 안 좋은 애완견이 먹으면 토하거나 부작용이 있는데도, 대표는 시키는 대로 하라고 다그쳤다. 유통기한이 지워진 오래된 샘플 사료를 공짜로 줘서 손님을 꼬시라고 했다. 사료를 잘못 팔아 손해배상당한 직원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그는 사료 파는 일이 찝찝하고 불안했다.

“요망하다” “지방대를 졸업해서”…

대표와 병원장의 갑질이 워낙 심해 그만둔 직원이 여럿이었다. 정말 좋은 분이던 애견미용사도 3년 가까이 일하다 결국 못 버티고 나갔다. 순호씨는 병환 중인 어머니를 간호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지만, 막말과 쌍욕을 듣고 있다가는 정신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 두 달 남짓 일한 뒤, 그는 대표에게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자 대표는 욕부터 퍼부었다. 근로계약서에 사직할 때는 30일 이전에 공지하라고 했으니 하루 매상 200만원씩 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했다. 월급도 주지 않았다. 대표의 입에서 폭언이 쏟아졌다.

“야, 니가 인간이냐. 노동청 찾아가지 왜 여기 왔냐, 씨발놈아. 니가 한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냐? 나잇살 처먹어서? 전화해서 밤 11시에 문자로. 니가 한번 얘기해봐. 정당하다고 생각하냐. 그만두면 노동법에 뭐라고 나와 있는지 너네 아니? 사직할 경우 30일 전에 통보하게 돼 있어. 너네 같은 새끼들 때문에. 야, 그러니까 나이 삼십 다 처먹어서 그렇게 사는 거야. 야, 꺼져. 신고해.”

근로기준법에는 30일 전에 사직을 통보하라는 내용이 없고, 민법 제660조 기간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 통고는 “상대방이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조항이 있다. 사직서를 제출한 후 30일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회사가 갑작스러운 퇴사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지만, 실제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회사가 손해액을 특정해 입증해야 하고, 소송 제기 자체가 번거롭기 때문이다. 순호씨는 노동청에 체불임금 진정을 냈고, 월급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대표에게 받은 치욕스러운 모욕은 되돌려주지 못했다.

회사 대표의 막말과 직장 상사의 모욕 주기 사례는 끝이 없다. 또 다른 사업장에서 한 여성노동자는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개돼지 같은 ×, 어디서 너 같은 쌍×이 여기 들어왔니, 경리하는 ×이 일을 이따위로 처리하고 지랄이야. 씨발×, 저 버러지만도 못한 ×” 등의 폭언을 2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야 했다. 그때마다 온몸이 굳어지고 떨렸다고 말한다. 점장은 너무 힘들어 눈물을 흘리는 그녀에게 “지금 쇼하냐? 너는 뇌가 썩었다. 요망하다”는 소리까지 했다.

학력 비하도 직장인들을 괴롭힌다. 한 직장 상사는 “너한테 뭘 바라냐, 실험하면서 조는 게 말이 되냐. 고졸이랑 다른 게 뭐냐”며 한자리에서 ‘병신’이라는 욕을 다섯 번이나 퍼부었다. 다른 센터장은 “그 직원은 어느 대학을 나왔냐? 선생님들이 업무를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지방대를 졸업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월 시행되는 법이 직장인을 구할 수 있을까

어느 사회 초년생 딸의 엄마가 직장갑질119에 편지를 보냈다. 딸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상사들이 온갖 잔심부름을 시키고, 언제까지 버틸지 두고 보자며 비아냥대고, 의자를 걷어차며 협박했다. 휴일에도 카톡을 10분 안에 답하지 않으면 망신을 줬다. 어느 날 딸이 자살을 시도했다. 자신을 비하하며 무능력하다고 말했다. 당장 그만두라고 했더니 이제 겨우 업무 파악을 하고 자리잡았다고, 강하게 살아남아 떳떳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딸은 악덕 상사의 폭력과 폭언에 길들여져 있었고, 무기력과 좌절감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엄마는 평화로운 가정에 찾아온 재난으로부터 가정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직장 상사의 막말이 칼보다 날카롭게 심장을 베고, 회사 대표의 모욕이 창보다 뾰족하게 폐부를 찌른다. 폭언과 협박은 존엄을 짓밟고, 멸시와 비하는 자존을 뭉갠다. 자살률 세계 1위 대한민국, 재난이 되어버린 직장갑질, 두려움에 떠는 회사원들…. 7월16일 시행되는, 가해자 처벌 조항도 없는 반쪽짜리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위기의 직장인들을 구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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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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