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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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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와 노동청의 끈끈한 관계를 고발합니다

‘불법 물류용역’ 케이티링커스… 노동부 성남지청은

노동위 판정 무시하고 “윗선에서 근로자 아니라고 했다”
등록 2019-06-13 10:54 수정 2020-05-03 04:29
택배회사 직원이 택배물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하다. 연합뉴스

택배회사 직원이 택배물을 배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하다. 연합뉴스

현진(가명)씨는 2010년 케이티(KT) 휴대전화 배송 업무를 시작했다. 고객에게서 고장 난 휴대전화를 받아 수리를 맡긴 뒤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케이티에서는 ‘모바일서포터’라고 했고, 전국 6개 물류센터에서 74명이 일했다. 그는 해지 방어, 방문서비스, 대리점 사후관리, ‘그린폰’ 회수, 임대폰 제공과 수거, 서비스 지원·상담 업무를 했다. 케이티 자회사 케이티링커스는 현진씨를 개인사업자로 등록시켜 매년 ‘물류용역계약’을 했다. 용역계약서는 불리한 조항으로 가득했다.

1인당 2개 시·군·구를 맡는데 대리점 수만 400곳에 이르렀다. 회사는 업무용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를 지급했고, ‘케이티링커스 물류사업팀’이라는 인터넷카페, 단체대화방, 전자우편 등으로 일정·수행법·교육 등 업무 사항을 전달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불시에 복장 체크, 액세서리 판매 실적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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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라면 자유롭게 계약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진씨에게 자유란 하나도 없었다. 케이티링커스로 출근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아침 9시 특정 지역에 도착해 접수된 방문 건을 처리했고, 오후 1시 대리점을 방문해 택배 발송 등을 하고, 저녁 8시부터 밤 10시까지 전산으로 정리해야 일과를 마칠 수 있었다.

휴가를 가려면 기간, 사유, 장소, 긴급연락처, 대체근무자 등을 쓴 문서를 팀장에게 내고 승인받아야 했다. 현진씨는 9년 동안 딱 하루 휴가를 썼다. 회사는 불시에 복장 상태를 사진 찍어 보내라고 지시했다. 휴대전화 배송 업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케이티의 ‘액세서리 판매 업무’를 공지해 실적과 재고를 보고하라 했고, 판매 실적이 좋으면 표창과 시상금을 지급했다.

매월 고정적으로 주는 기본용역비 외에 실적용역비, 방문용역비, 평가용역비, 해지방어인센티브 등을 지급했다. 현진씨는 계약 첫해인 2010년 기본용역비 167만원에 실적·방문 용역비를 더해, 매월 총액 240만원 정도 받았다. 7년이 지난 2017년 9월 기본용역비가 177만원으로 10만원 올랐다. 차량이 소형차에서 전기차로 바뀌면서 기본용역비에 포함된 차량 대여비가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기본용역비가 조금이라도 오르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회사는 실적 또는 방문 용역비를 깎아 220만원을 줬다. 부가세, 유류비 등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은 170만원이었다.

지난해 가을이었다. 휴대전화가 파손된 고객이 자기 아내의 연락처를 남겼다. 전화를 걸었더니, 강남의 브이아이피(VIP)라는 고객 아내는 수행하기 불가능한 요구를 했다. 어렵다고 했더니 욕설이 시작됐다. “뭐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있어. 가라면 갈 것이지 왜 안 가냐. 야, 이거 진짜 또라이네!” 그리고 회사에 민원을 넣었다. 담당 팀장은 현진씨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했더니, 케이티에서 부서를 날릴 수도 있으니 동료를 위해서 하라고 강요했다. 그는 결국 세 번이나 사과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근로자 지위 확인 진정’ 내자 계약 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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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갑질 사건을 겪은 뒤, 그는 생각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케이티링커스로부터 모든 업무를 통제·지휘받는데, 심지어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지시까지 받는데, 자신이 왜 개인사업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케이티링커스 ‘근로자 지위 확인 진정’을 냈다. 그러자 케이티링커스는 지난 1월 진정을 낸 사람들의 계약을 해지했다. 9년을 일한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사람들은 억울했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그런데 현진씨는 노동청에서 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근로감독관은 진정 사건 처리 기간을 연장하면서 진정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외근직인데 10년 치 출근한 기록을 가져오라 했고, 제출한 증거 자료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질문만 했다. 2차 재진정서 접수 뒤 조사관은 2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쓰지 말라고, 그리고 녹음하지 않았다는 각서를 쓰라고 했다. 현진씨와 동료들이 항의하자 담당 근로감독관은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보고를 올렸는데 윗선에서 안 된다고 했다고 했다. 근로기준과장 면담을 요구했다. 과장은 “케이티라는 대기업과 진행되는 사항이라 부담이 된다. 당신들이 이기면 다른 근로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현진씨는 말문이 막혔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2월1일 “당사자 간 체결된 계약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민사상 계약(물류용역계약)으로 확인되어 행정종결(법 적용 제외) 하였음을 알려드린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왜 근로자가 아닌지 단 한 글자도 쓰여 있지 않았다. 진정인들이 항의해 재진정을 하자 근로기준과장은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승소하면 인용하겠다고 말했다. 4월5일 노동위원회는 진정인들이 케이티링커스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한 근로자이기 때문에 기간제법에 따라 2년이 경과한 2015년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런데 성남지청은 5월24일 “민사상 계약(물류용역계약)으로 확인되고, 진정인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행정종결(법 적용 제외)’하였음을 알려드린다”고 다시 공문을 보냈다. 3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케이티링커스를 ‘일·생활 균형 파트너 기업’으로 선정했다. 현진씨는 근로감독관들과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뒤 “기업과 노동청의 유착이 너무 심각하다”며 직장갑질119에 제보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케이티링커스는 노동청 ‘파트너 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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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링커스는 노동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정이 나자 돈으로 합의하자고 했다. 회사에 남은 사람들에게는 기본용역비를 없애고 건당 수수료로 대체하는 등 근로자 지위 인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항목을 없앤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다. 노동위원회 판정에 따라 정규직으로 복직시키고 받지 못한 임금과 수당을 주기는커녕 ‘신 노예계약서’를 만들어 불법고용을 계속하겠다는 회사가 고용노동부의 파트너 기업이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행복한 고리의 메시지”.

케이티링커스 누리집 홍보 문구다. 딸의 케이티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이 회사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케이티가 정치인과 특혜 채용을 이어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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