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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없는 방주교회

방주재단, 담임목사 해임 소송 패소하자 “교회 운영 중단” 선언 뒤 문 잠가
등록 2018-09-04 16:15 수정 2020-05-03 04:29
법원이 임장원 담임목사 해임무효 판결을 내리자, 방주재단 쪽이 9월2일 교회 폐쇄한다는 펼침막을 내걸고 교인들의 교회 출입을 막았다. 방주교회 제공

법원이 임장원 담임목사 해임무효 판결을 내리자, 방주재단 쪽이 9월2일 교회 폐쇄한다는 펼침막을 내걸고 교인들의 교회 출입을 막았다. 방주교회 제공

제주도 서귀포의 방주교회 사태가 2라운드를 맞았다. 아름다운 방주교회에서 ‘교회’가 사라질 위기에 빠졌다. 방주교회는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한국 이름 유동용)이 물 위에 뜬 방주를 형상화해 유명해진 건물로, 한 해 20만 명이 찾는 제주의 명소이다.

방주재단은 8월27일 “이틀 뒤인 8월29일부터 방주교회 운영을 중단한다”고 교회 운영위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방주교회 건물에서 교회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이다. 방주교회는 방주재단이 설립했으며, 방주교회 운영의 법적 주체 또한 방주재단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2심 해임 무효 판결했지만…</font></font>

은 지난해 12월 <font color="#C21A1A">‘방주교회 위의 방주재단’</font>이란 제목의 기사(제1191호)를 보도했다. 제주 서귀포 안덕면의 방주교회에서 재단 쪽이 임장원 담임목사를 해임하고, 이에 임 목사와 교인들이 맞서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관광교회’를 지향하는 재단 쪽은 “담임목사가 설립자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목사를 해임했고, 교인들은 “재단 이사장이 교회를 사유화한다”고 비판했다. 방주재단의 김영창 이사장은 지하철 전동차를 생산하는 중견기업인 우진산전의 대주주 회장이다.

임 목사와 교인들은 재단의 일방적인 해임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2심 재판에서 해임 무효 판결을 받아냈다. 광주고법 제주 제1민사부(재판장 이재권)는 8월23일 “정관 등에 정한 해임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재단 쪽의 임 목사 해임 통보는 효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방주재단은 임 목사가 방주교회 건물과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재단 쪽 손을 들어준 올 4월의 1심 재판을 뒤집은 것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교회 옆 도로변에서 예배</font></font>
교회에 들어가지 못한 방주교회 교인들이 도로변 계단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방주교회 제공

교회에 들어가지 못한 방주교회 교인들이 도로변 계단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방주교회 제공

승소 판결문을 받아든 교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천 장로는 “1심 재판에 지면서 4월 이후 교회를 이용하지 못했고, 대신 교인이 운영하는 협재의 한 카페에서 매주 예배를 드렸다”면서 “9월2일 주일부터 방주교회로 돌아가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목사님도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뎠고, 카페 첫 예배 때 30~40명이던 교인이 지금은 50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승소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교인들은 “교회 운영 중단” 통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임 목사는 8월30일 교인들에게 보내는 글에서, 재단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해 “9월2일 첫 예배를 교회 옆 도로변에서 드리도록 하자”는 뜻을 전했다. 그는 “방주재단이 교회를 운영하려던 목적이 얼마나 세속적이었는지, 그 잘못을 깨닫게 해주는 것으로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 목사와 교인들은 9월2일 방주교회가 바라보이는 바깥에서 예배를 드렸다. 재단 쪽에서 교회 문을 잠갔기 때문이다. 이 장로는 “교회를 재단 사업의 도구로 삼는, 이런 일이 기독교계에서 또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font color="#008ABD">글·사진</font>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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