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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7-31 14:54 수정 2020-05-03 04:28
한겨레 박종식 기자

한겨레 박종식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고 황유미씨가 숨을 거둔 지 11년이 흘렀다. 삼성전자가 ‘삼성전자 사업장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의 중재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씨와 함께 7월24일 중재합의서에 서명했다. 일터에서 건강을 잃은 피해자들과 피해자 가족들의 지난한 투쟁이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9∼10월 중재위가 중재안 내용을 발표하면, 삼성전자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소속 피해자들 보상을 완료할 예정이다. KTX 해고 승무원 180명도 해고 12년 만에 경력직 특별채용 형식으로 복직할 수 있게 됐다. 공공운수노조 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합의한 결과다. 이처럼 노동계에 훈훈한 소식이 잇따랐지만 아직 아픈 손가락은 있다.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해고노동자와 가족 등 30명이 세상을 떠난 쌍용자동차. 문재인 대통령이 쌍용차 최대주주인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 문제 해결을 당부했지만 회사 쪽은 아직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광장을 남기고 최인훈이 떠났다. 한국 전후문학의 대표작인 소설 의 작가 최인훈이 7월23일 숨을 거뒀다. 향년 84.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해방 뒤 원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전쟁으로 가족과 함께 월남했다. 서울대 법대에서 수학하다 입대한 최인훈은 1959년 군 복무 중에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이 에 추천돼 등단했다. 1960년 11월 잡지 에 발표한 으로 그해를 ‘접수’했다. 남과 북의 두 체제를 관찰자 입장에서 객관적·비판적으로 바라본 그는 깊은 지성으로 한반도의 분단 현실과 대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세상에 나온 뒤 60년 흐르도록 굳건했던 남과 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끝내 보지 못하고 긴 여행을 떠난 최인훈의 영면을 빈다.

라오스 남동부 아타푸주에 있는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 보조댐이 무너져 수천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라오스 정부 당국이 7월27일까지 확인한 사망자는 27명, 실종자는 131명이다. 해당 댐은 2012년 SK건설·한국서부발전과 라오스 국영기업이 합작 법인을 만들어 공사에 들어갔으며, 2019년 운전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빈곤국인 라오스는 ‘아시아의 배터리’가 되겠다며 국가를 가로지르는 메콩강에 60개 넘는 수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이런 개발이 주민의 삶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세피안-세남노이 댐에서 생산한 전기의 80% 이상은 이웃나라 타이로 수출할 계획이었다. 수재민에 대한 애도 없이 ‘SK건설 주가가 하락했다’고 보도한 기사는 사람 없는 자본주의의 끝을 보여줘 슬펐다. 라오스의 빠른 회복을 기도한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블라블라_폭염이 부른 황당 사건들


살인 폭염



연합뉴스

연합뉴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1994년 여름은 악몽과도 같았습니다. 최악의 폭염이 그해 7~8월 한반도를 덮쳤습니다. 온열질환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살인 폭염’이란 말이 딱 어울렸습니다. 폭염 일수 31.1일, 열대야 일수 17.7일.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뒤에야 폭염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로부터 24년, 2018년 한반도에 그에 버금가는 폭염이 들이닥쳤습니다. 열대야에 시달려 밤잠을 설치고 한낮에는 밖에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체감온도 40℃에 이르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황당한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30℃ 넘는 기록적인 열대야가 이어진 강원도 강릉에서는 7월24일 집 베란다에 놓아둔 달걀에서 병아리가 스스로 부화하는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야적장의 폐기물에서 갑자기 불이 나는가 하면, 라텍스 소재 방석이 뜨거운 햇볕을 받아 타버리는 ‘자연발화’ 현상도 잇따랐습니다. 일상의 풍경도 바뀌고 있습니다. 피서지 해수욕장이 텅 빈 대신 폭염을 피해 도심 쇼핑몰은 바캉스를 즐기려는 이른바 ‘몰캉스(Mall+Vacance)’족으로 넘쳐난다고 합니다. 커피숍에서 휴가를 보내는 ‘커피서(Coffee+피서)’족도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폭염에도 천적이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태풍입니다. 1994년에는 8월 초 태풍 브랜든이 때마침 찾아와 더위를 식혀줬습니다. 비만 뿌리고 바람 피해는 없었다 하니 ‘착한 태풍’이었던 셈입니다. 12호 태풍 종다리가 북상 중이라는 소식입니다. 종다리는 북한에서 낸 이름으로 참새목 종다릿과의 새를 의미한다죠. 종다리가 부디 ‘착한 새’가 되어주길 기대해봅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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