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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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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높이려면 어린이집 선생님 지원부터

아이 하나도 벅찬데 여럿 키워내는 일이란
등록 2018-04-06 07:24 수정 2020-05-03 04:28
어린이집에서 도담이는 저렇게 앉은 채로 책을 읽는다.

어린이집에서 도담이는 저렇게 앉은 채로 책을 읽는다.

날마다 낮 2시30분이 되면 알림장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날아온다. 알림장의 정체는 도담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아내와 내게 보내는 도담이 생활 보고서다.

‘원에서 가정으로’라는 제목이 달린 이 알림장은 글과 사진으로 구성돼 도담이의 어린이집 생활을 소상히 확인할 수 있다. 글과 사진 아래에 있는 표에는 아이의 기분, 건강, 체온, 식사 여부, 수면 시간, 배변 상태 등 각종 정보가 기록돼 있다. 아침 일찍 출근해 해 질 녘에 퇴근하는 나와 아내는 도담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알림장을 몇 번씩 들여다보며 그리운 마음을 달랜다.

알림장을 보다가 도담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또래 친구들과 달리 집에서 도담이는 걷기는커녕 앉지도 않는다. 대체로 기거나 눕고, 보행기를 탈 때만 앉거나 선 자세다. 선배 아빠 김완 기자는 “연습 안 시켜도 된다. 인생은 실전”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내 아이가 발달이 늦은 걸까 걱정 안 할 도리가 없다. 그런 아이가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 어린이집에선 태연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선생님이 반 아이들과 함께 놀게 하기 위해 일부러 앉게도, 서게도 한단다. 선생님, 만세!

알림장 중에는 아빠로서 울컥하며 속으로 뜨끔한 내용도 있다. “오늘은 놀이하면서 옹알이를 엄청 하구요. 아빠, 아빠를 한동안 계속 불렀어요. 도담이가 집에서 아빠와 얼마나 좋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요즘 밤마다 취재원을 만나랴 마감하랴 제대로 놀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댓글을 남기고 싶었지만, 끝내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알림장을 처음 받았을 때는 도담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담임선생님이 도담이를 포함해 세 아이를 돌보느라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알림장을 토대로 선생님의 하루를 그려보면, 등교 시간인 9시30분보다 한 시간가량 일찍 출근해 아이 맞을 준비를 하고, 아이들이 도착하면 함께 놀아주다가 간식과 점심을 챙겨준다. 낮잠을 재운 뒤 간식을 먹이고 오후 3시에 집으로 돌려보낸다. 참, 알림장도 작성해야 한다.

아이 하나 돌보기도 큰일인데 무려 셋을 하루 종일 본다니 힘에 부칠 만하고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겠다 싶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처음 등교했던 3주 전,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퇴근하자마자 초저녁에 곯아떨어졌다는 공지 내용을 보고 안쓰러움과 동시에 존경심이 들었다.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고 싶다면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데 신경 써야 하고, 그러려면 어린이집 확충만큼이나 선생님들의 근무 환경을 좀더 쾌적하게 만드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글·사진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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