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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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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도 연대가 필요해

수다로 풀어내는 육아 스트레스
등록 2018-02-21 01:29 수정 2020-05-03 04:28
도담, 이우, 봄(왼쪽부터). 오랫동안 우정 변치 않기를

도담, 이우, 봄(왼쪽부터). 오랫동안 우정 변치 않기를

주 일요일 자유 시간이 생겼다. 아내와 도담이가 친구를 만나러 가기 때문이다. 육아사랑방에서 만난 마을 친구들인데 아이들 모두 동갑인 까닭에 관심사가 같고, 엄마끼리도 마음이 잘 맞아 모임을 따로 하게 됐다.

엄마 넷, 아이 넷으로 구성된 이들이 주로 만나는 장소는 내가 사는 공공주택의 공용공간인 ‘도담’(도담이와 같은 이름)이다. 아빠가 일요일에 외출하고 없는 집이 선택되기도 한다. ‘노키즈존’ 투성이인 마을에서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을 편하게 돌보면서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을 찾긴 쉽지 않다. 여느 엄마들처럼 이들도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고, 차를 마시며, 일·육아·남편 등에 대한 고민을 서로 털어놓는 (것으로 알고 있)다. 스스럼없이 모유 수유도 한다니 그들은 엄마로서, 친구로서 동질감을 느끼는 듯하다.

아내와 아이가 친구를 만나는 건 내게도 여러모로 좋다. 육아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정말이다!). 일단 주말 대청소를 편하게 할 수 있다. 시베리아를 방불케 하는 한파 때문에 청소할 때마다 아내가 “도담이가 감기에 걸릴 수 있으니 빨리 하라”며 눈치를 준다. 그뿐 아니라 아내는 번번이 책상에 산처럼 쌓인 블루레이 타이틀들을 “싹 다 갖다버릴 거”라고 으름장을 놓아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엇보다 일과 육아에 지친 아내가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기분이 좋아지고 집안 분위기도 덩달아 밝아져서 매주 아내(와 도담이)를 떠밀다시피 내보낸다.

엄마들의 모임이 거듭될수록 어쩔 수 없이 모임에서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조금씩 알게 된다. 우선, 도담이 친구들을 더 잘 알게 됐다. ‘먹방 요정’ 이우는 걸음마에 빠졌고, 이윤이는 온 집 안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게 취미며, 봄이는 물 마신 뒤 “캬” 하고 소리 낸 뒤 두 발로 박수를 즐겨 친다. 도담이는 음악만 나오면 박수 치며 온몸을 흔드는데, 이건 엄마·아빠를 닮은 게 아니다.

부부 관계와 관련해 이런저런 얘기도 듣는다. 육아를 처음 경험하고, 또 워낙 힘들다보니 부부가 수시로 부딪치고 서로의 신경을 긁곤 하는데, 다른 집 사연을 들으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해 안심되는 동시에 반성도 하게 된다. 아내들이 남편과 있었던 일을 서로 공유하는 모양인데, 그런 대화로 육아 스트레스를 날릴 수만 있다면 뒷담화나 욕의 대상이 되는 게 뭐 대수랴. 그럼에도 이 모임에 인사차 잠깐 들르면 그들 모두가 내 비밀을 아는 것 같아 속이 뜨끔해진다.

자매 같은 엄마들 덕분에 얼마 전 세 가족이 모여 점심 식사를 했다(이윤이네는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했다). 격의 없는 엄마나 아이들과 달리 나를 포함한 아빠 셋은 어찌나 어색한지, 그저 아내들 눈치 보랴 정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다음에는 아빠들끼리 모여 아이를 돌보면 어떨까 생각도 했다. 물론 그러다 술만 진탕 마시는 모임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font color="#008ABD">글·사진</font>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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