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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깼다 성폭력이 드러났다

탈선 운영진이 꾸린 ‘우롱센텐스’ ‘문단 내 성폭력 고발 후 1년…’ 좌담회 열어
등록 2018-01-23 16:50 수정 2020-05-03 04:28
우롱센텐스가 주최한 ‘문단 내 성폭력 고발 후 1년’ 좌담회 모습. 우롱센텐스 제공

우롱센텐스가 주최한 ‘문단 내 성폭력 고발 후 1년’ 좌담회 모습. 우롱센텐스 제공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을 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가 여전히 고요하다고 느낀다. 우리에게는 실천적인 연대와 공론장을 꿈꾸는 자리가 더욱 필요하다.”

1월12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얘기아트씨어터에서 ‘문단 내 성폭력 고발 후 1년, 당신의 문법은 어디에 근거합니까?’라는 주제의 작은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를 준비한 이들은 경기도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졸업생들의 연대 모임 ‘탈선’의 운영진 5명이 더 많은 이들과 연대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 모임 ‘우롱센텐스’였다. 탈선은 2016년 10월 고양예고 문창과 실기 교사이던 배용제 시인이 제자들을 성추행·성폭행해왔음을 고발한 트위터 계정 ‘고발자5’를 지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은 <font color="#C21A1A">제1194호(2018년 1월8일치) 표지이야기</font>에서 탈선이 지난 1년간 문단 내 성추행·성폭력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벌여온 연대 활동을 보도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해시태그가 불러온 변화 </font></font>

이날 좌담회는 2016년 말 트위터를 중심으로 확산된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뒤 변화한 문단의 모습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연대 방향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1부: 문단 내 성폭력 고발 후 1년, 우리 문창과·문단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2부: 우리의 문법은 어디에 근거해야 하는가?’ ‘3부: 문학의 이름을 새로 쓰기 위하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대학 문예창작과 학생들과 베개·젤리와만년·소녀문학 등 독립문예지팀, 이성미 시인, 소영현 평론가 등이 발제자로 나섰다. 문예창작과 학생, 독립출판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좌담회에 나온 대진대·중앙대 등 문예창작과 대학생 5명은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이후 대학가의 변화를 들려줬다.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다니는 A는 “1학년 1학기 때 남자 교수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사생활에 대한 글을 쓰도록 유도하고 낭독하게 했다. 그런 글을 발표하던 여학생이 우는 일이 빈번했다. 또 지금은 가르치지 않는 교수 중 한 분이 수업 중에 ‘문학을 잘하려면 여자, 술, 담배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 말이 폭력적이라 느끼면서도 그냥 다들 가만히 들으니 듣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단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학과 내에서 성적 혐오와 차별 발언, 성희롱 등의 문제를 반성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A는 “지난해 학생들이 비상총회를 열고 ‘소수자인권위원회’를 만들었다. 피해사례집을 만들고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이들과 인권센터를 연결하는 역할 등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과학기술대학 문창과의 B는 “지난해 성희롱 교수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자진 사퇴 서명 운동을 하고 학내에 대자보도 붙였다. 하지만 그 교수는 학교를 다니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무너뜨릴 수 없는 제도적 벽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미래를 위한 ‘침묵 깨기’ </font></font>

문단 내 성폭력 방지 운동을 벌이는 책은탁씨도 ‘문단 내 성폭력’을 막으려면 ‘침묵 깨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문단 내 성폭력 문제는 법적 해결만으로 풀리지 않습니다’라는 주제로 발제한 책씨는 “우리는 나의 피해를 더 이상 나의 죄라 의심하지 않기로 결심했을 때, 앞으로는 과거보다 나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해시태그 버튼을 누르고 용기를 내 침묵을 깼다”며 “앞으로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침묵을 깨고, 침묵을 깬 친구가 있다면 서로 돌봐주고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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