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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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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업은 아재들 지갑의 힘

엔씨소프트, 역대 최대 매출 기록했지만…

새 세대와는 역대 최대로 멀어진 <리니지>
등록 2018-01-12 11:43 수정 2020-05-03 04:28
임상훈 제공

임상훈 제공

‘1998년 최고의 드라마는 MBC 일일드라마 였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고 또 봤다. 일일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57.3%를 기록할 정도였다. 그해 9월 나온 도 최고의 온라인게임이었다. 그해 말 동시에 1천 명이 플레이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별것 아니지만 당시에는 대단한 기록이었다. 망하기 직전이던 엔씨소프트는 회생했다.

20년이 흐른 뒤 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는 다르다. 2017년 모바일게임 생태계는 완전히 ‘리니지’의 해였다. (넷마블게임즈)은 1월부터 5월까지 압도적 매출 1위였다. 출시 첫 달의 매출은 2060억원이었다. 업계가 놀랐다. 기존 1위 게임 매출의 대여섯 배였다. 하지만 6월부터 2위로 떨어졌다. 형님이 나왔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은 출시 첫날 1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주 만에 매출 1천억원을 넘겼다. 현재까지 여전히 1위를 유지 중이다. ‘리니지’라는 이름을 단 게임이 1년 내내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독차지했고, 반년 동안 1·2위를 독식했다.

IP(지적재산권)의 힘이었다. 1990년대 말 이후 온라인게임 와 를 즐긴 유저들이 모바일로 나온 게임을 반겼다. 이 현상을 문화적으로 ‘향수’와 ‘복고’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게이머들이 흔히 쓰는 용어인 ‘피지컬’(실시간 반응능력)과도 관련돼 있다. 30~40대 유저들은 실시간 반응과 조작에서 10대나 20대에 밀릴 수밖에 없다. M이라는 글자가 더해진 ‘익숙한 게임’은 게이머의 조작 실력보다 캐릭터의 레벨과 아이템의 등급이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아재’들은 아이템의 강화와 캐릭터 레벨업으로 힘을 키웠다. 더 잘 싸웠고, 이를 주변에 과시하며 쾌감을 느꼈다. 아이템 강화와 캐릭터 레벨업은 실상 두툼해진 아재들 ‘지갑’의 힘이기도 했다.

온라인게임 IP(모바일게임이나 캐릭터 상품 등 다른 콘텐츠나 제품으로 출시되는 온라인게임)가 모바일게임에서 위력을 발휘한 것은 가 처음은 아니다. 2014년 12월 중국에서 출시된 (한국에선 으로 나옴)은 12일 만에 매출 1위에 올랐다. 다음해 4월 국내로 들어와 2년 이상 10위권을 지켰다.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해 중국 회사가 만든 게임이었다.

이런 현상은 모바일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나온 등은 1940~60년대 만화에서 탄생한 슈퍼히어로가 활약하는 영화였다. 2016년과 2017년 닌텐도는 미니패미콤과 미니슈퍼패미콤을 잇따라 내놓았다. 등 고전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이 몰리면서 출시 첫날부터 초회분이 완판됐다. 이후 인터넷에는 1.5~2배 오른 가격으로 중고 판매가 이뤄지기도 했다.

많은 언론에서 이런 현상을 묶어 ‘복고’로 설명했다. 그러나 차이가 있다. 과 는 세대를 이어 인기를 끌고 있다. 부모와 자녀, 삼촌과 조카가 함께 즐긴다. 반면 와 에 관심을 보이는 10대는 적다. ‘아재’들만 즐긴다. 지급 능력이라는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게임 생태계를 걱정하는 나는 역대 최고의 위기감을 느낀다. 가 새로운 세대와 역대 최대로 멀어졌기 때문이다. 10년 뒤 20대와 30대는 어떤 게임 캐릭터에 애정을 느낄까? 한국의 일까? 핀란드의 일까?

임상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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